S#20. 윤치우의 사무실 / 저녁
통유리창 너머로 폭우에 잠긴 서울의 야경이 스산하게 펼쳐진다. 도시는 검붉은 괴물처럼 숨을 죽이고 있다. 윤치우(46)의 사무실은 그 혼돈과 완벽하게 분리된 공간이다. 희미한 클래식 선율이 흐르고, 그는 흐트러짐 없는 자세로 거대한 멀티 스크린 앞에 서 있다.
스크린 중앙에는 이서(38)의 아파트 내부 CCTV 화면이 분할되어 떠 있다. 거실, 주방, 복도. 텅 빈 화면들.
그 옆으로 ‘PROJECT: EVE’라는 타이틀과 함께 복잡한 생체 데이터 그래프가 실시간으로 깜빡인다. 심박수, 체온, 뇌파… 모든 수치가 비정상적으로 요동치고 있다.
윤치우, 스크린 속 붉게 점멸하는 경고 사인들을 차가운 눈으로 응시한다. 미간을 살짝 찌푸릴 뿐, 표정 변화는 없다.
그때, 사무실 문이 조용히 열리고 방수 작업복 차림의 강바다(35)가 들어선다. 흠뻑 젖은 머리카락에서 물방울이 뚝뚝 떨어진다.
강바다
(목소리를 낮게 깔며)
20층까지 진입로 확보했습니다. 예상보다 수압이 거셉니다.
윤치우, 스크린에서 눈을 떼지 않은 채 나직이 묻는다.
윤치우
변수는?
강바다
아파트 전체 전력이 불안정합니다. 비상 발전기도 언제까지 버틸지 장담 못 합니다. 진입 시 전력 차단하고 들어가는 게 안전합니다.
윤치우
(스크린 속 데이터를 가리키며)
저게 더 큰 변수야.
강바다의 시선이 스크린으로 향한다. 요동치는 그래프와 ‘UNSTABLE’이라는 붉은 글씨.
강바다
…폭주 직전이군요.
윤치우
스트레스 임계치를 넘었어. 이 상태로 외부 자극이 더해지면,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몰라. ‘사육사’가 통제력을 잃었다는 뜻이지.
강바다
(무심하게)
회수합니까?
윤치우, 천천히 뒤돌아 강바다를 본다. 그의 차가운 눈빛이 강바다의 젖은 얼굴에 박힌다.
윤치우
회수? 아니. 관찰해야지.
(입꼬리를 미세하게 올리며)
알을 깨고 나오는 순간을… 바로 눈앞에서 지켜볼 절호의 기회야. 이런 완벽한 고립 환경은 다시 만들기 힘들어.
강바다
사육사… 연구원의 안전은?
윤치우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그 여자도 실험의 일부야. 모성애라는 변수가 피험체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그 한계는 어디까지인지. 최고의 데이터가 될 거야.
잠시 침묵이 흐른다. 사무실 안에는 클래식 선율과 창밖의 빗소리만이 낮게 울린다.
강바다
명령이 바뀌었습니까? 단순 구조가 아니었나 보군요.
윤치우
(다시 스크린으로 몸을 돌리며)
자네 임무는変わらない(카와라나이).変わらない(카와라나이). 변함없어. 유사시, 피험체를 제압하고 확보한다. 사육사의 생사는… 그 다음 문제야.
윤치우의 시선은 다시 이서의 아파트 CCTV 화면에 고정된다. 그는 마치 신의 시선으로 미니어처 세상을 내려다보는 듯하다.
윤치우
(혼잣말처럼)
자, 보여줘 봐. 이서윤. 네가 만든 최고의 작품이… 어떤 괴물로 태어나는지.
강바다, 더 묻지 않고 굳은 표정으로 돌아선다. 그의 등 뒤로, 스크린 속 ‘뇌파 동기화율(Brainwave Sync Rate)’ 수치가 급격히 치솟으며 붉은 경고등을 터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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