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orld
장소/시간, 시대:
이야기의 무대는 근미래의 서울, 정확히는 2042년의 가을이다. 한강을 가로지르는 대형 홀로그램 광고와 하늘을 가득 메운 드론 택시, 그리고 무수한 네온사인이 밤새도록 도시를 물들인다. 전통적인 골목과 초고층 빌딩이 공존하는 이 도시는, 각기 다른 계층과 민족이 얽힌 다국적 이주민 지구와, 기억 조작 연구소·기업 본사가 밀집한 ‘신강남’ 구역으로 양분되어 있다. 24시간 내내 광장과 시장, 지하철역 등 공공장소 곳곳에서 기억 거래가 이루어지는 ‘기억 시장’이 활발히 운영된다. 이 모든 변화가 이루어진 도시는 ‘기억’이라는 새로운 통화가 지배하는 미궁이자, 감정의 본질을 시험하는 거대한 실험장이다.
세계관의 중요한 규칙과 그것이 스토리에 미치는 영향:
가장 중요한 규칙은 ‘기억의 조작과 거래가 합법적으로, 때로는 불법적으로 이루어진다’는 점이다. 시민들은 필요에 따라 자신의 기억 일부를 삭제·편집하거나, 감정이 깃든 타인의 기억을 구매하여 자신의 것으로 이식할 수 있다. 이 과정에는 ‘감정 필터링’ 기술이 필수적으로 동반되는데, 감정이 과도하게 남아 있을 경우 정신적 붕괴 혹은 중독 증상이 나타난다. 따라서 기억 조작은 곧 감정의 조작이자, 인간성을 거래하는 위험한 행위로 여겨진다. 이러한 규칙은 백련과 카타리나, 이사벨이 각자의 신념과 한계, 그리고 정체성 위기를 겪게 만드는 서사적 동력을 제공한다.
세계관의 시각적 묘사:
서울의 밤은 네온과 홀로그램, 그리고 미세먼지에 뒤섞인 인공 안개로 가득하다. 각종 언어와 방언이 혼재된 거리, 광고판 위에 실시간으로 송출되는 감정 그래프, 그리고 기억 조작소 앞에 늘어진 긴 대기열이 일상적인 풍경을 이룬다. 이주민 지구에는 낡은 벽화와 3D 그래피티, 그리고 오래된 전통시장이 뒤섞여, 과거와 미래가 기묘하게 뒤엉킨다. 신강남의 연구소들은 내부가 완벽하게 차단된 유리벽과 메탈릭한 조명, 그리고 감정이 배제된 무채색 공간으로 이루어져, 냉혹한 이성과 공허함을 강조한다. 이 모든 배경 속에서, 인물들은 각자의 빛과 그림자를 안고 도시의 미로를 헤맨다.
이야기에 영향을 주는 주목할 만한 기술이나 철학:
‘감정 필터링 알고리즘’과 ‘기억 인터페이스 칩(MIC)’이 핵심 기술이다. 감정 필터링은 기억 이식 시 감정의 강도를 조절하거나, 특정 감정을 완전히 삭제하는 역할을 하며, 이 과정에서 ‘감정의 잔여물’이 부작용을 일으키곤 한다. 기억 인터페이스 칩은 뇌와 직접 연결되어, 개인의 기억을 실시간으로 백업, 전송, 조작할 수 있게 해준다. 철학적으로는 “기억이 곧 인간인가, 감정이 곧 진실인가”라는 근본적인 의문이 사회 전반에 퍼져 있다. 이런 기술과 철학은 백련이 인간의 감정을 먹는 존재로서 실험체가 되기를 자처하게 만들고, 카타리나가 효율과 통제를 신봉하면서도 자신의 본질적 감정에 흔들리게 하며, 이사벨이 인간성과 정의의 경계를 끝없이 질문하게 만든다.


Location 1
제목 : 무연(無緣) 갤러리의 침묵 전당
설명 : 흐릿한 조명 아래, 투명한 유리관 속엔 이름 없는 타인의 기억 조각들이 예술품처럼 진열되어 있다. 소리조차 삼켜버리는 적막 속을 걷다 보면, 각기 다른 과거와 상실의 향기가 공기 중에 얇게 스며들어 숨 쉴 때마다 폐부를 찌른다. 백련이 최초로 자신의 본질을 드러낸 이곳은, 인간성과 악의 경계가 무참히 해체되는 침묵의 제단이자, 기억이 상품이 되는 이 도시의 가장 차가운 심장부다.

Location 2
제목 : 연화시장(蓮花市場) 지하 4층, 감정 잔여물 밀거래 구역
설명 : 지하 4층, 숨막히는 습기와 기묘한 향이 뒤섞인 공기 속에서, 형광빛 연꽃 무늬가 벽마다 일렁인다. 무표정한 중개인들은 유리관에 담긴 ‘감정 잔여물’을 무심하게 넘기고, 누군가는 자신의 기억을 소리 없이 저울에 올린다. 이곳에서 카타리나는 자신이 지운 감정의 틈을 처음 맞닥뜨리고, 그 틈에서 예기치 못한 인간성의 파편과 마주친다.

Location 3
제목 : 신강남 공중(空中) 성소, ‘잊혀진 자들의 정원’
설명 : 하늘을 가르는 투명 다리 위, 바람이 흐르는 유리 정원에는 이름 없는 무수한 기억이 꽃으로 피어난다. 누군가의 손길이 닿을 때마다, 꽃잎 사이로 과거의 목소리와 감정의 잔향이 속삭이듯 퍼지며, 잃어버린 자들의 흔적이 이곳에 남는다. 이 정원은 백련과 카타리나가 서로의 내면을 노출시키는 결정적 무대이자, 이사벨이 인간성의 불씨를 되찾기 위해 마지막 저항을 시도하는, 서울에서 가장 고요하고 위험한 심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