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lot Synopsis
교내 미제사건 동아리 ‘과거의 흔적’ 회장 윤새벽은 10년 전 캠퍼스를 떠들썩하게 했던 ‘사라진 졸업생’ 사건에 병적으로 집착한다. 공식 기록상 마지막 목격자는 당시 동아리 회장이자 현재 로스쿨의 수재인 서이현. 새벽은 그에게 접근하지만, 이현은 “파헤쳐서 좋을 것 없는 과거”라며 얼음장처럼 차갑게 그녀를 밀어낸다. 하지만 새벽은 포기하지 않는다. 사건 파일을 파고들수록, 사건 발생일인 10년 전 5월 14일, 자신 역시 교내에서 큰 사고를 당해 그날의 기억을 통째로 잃어버렸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단순한 우연이라 치부하기엔, 사건의 장소와 시간, 희미하게 떠오르는 단편적인 이미지들이 기묘하게 겹쳐진다. 낡은 코듀로이 재킷 주머니 속에서 발견된, 자신도 모르는 오래된 놀이공원 티켓 한 장은 그녀의 의심에 불을 지핀다. 이 사건이 단순한 지적 호기심이 아니라, 잃어버린 자신의 과거와 연결되어 있음을 직감한 새벽은 이현의 경고를 무시하고 독자적인 조사를 강행한다.
조사는 시작부터 난관에 부딪힌다. 이현은 새벽의 모든 동선을 꿰뚫고 있는 듯 나타나 사사건건 그녀의 조사를 방해한다. 도서관 기록보관소에서 관련 자료를 찾으려 하면 어느새 나타나 열람을 막고, 당시 사건 관계자를 만나려 하면 먼저 선수 쳐 정보를 차단한다. 새벽은 그의 집요한 방해에 분노하면서도, 그가 자신을 막는 이유가 단순히 과거를 덮기 위함이 아니라 무언가로부터 자신을 ‘보호’하려는 듯한 느낌을 받아 혼란에 빠진다. 한편, 기록보관소의 인턴 사서 오필리아 킴은 새벽의 감상적인 추리를 비웃으면서도, 그녀의 집요함에 흥미를 느끼고 ‘데이터’에 기반한 도움을 주기 시작한다. 필리아는 10년 전 학보사 기사, 기부자 명단, 도서관 대출 기록 등 파편화된 정보들을 데이터베이스화하여 누구도 발견하지 못한 연결고리를 찾아낸다. 그녀의 도움으로 새벽은 사라진 졸업생, 강민준이 천문학 동아리 소속이었으며, 사건 당일 누군가와 함께 교내 천문대를 방문했다는 사실을 밝혀낸다.
새벽은 이현을 계속해서 압박하고, 그 과정에서 두 사람 사이에는 팽팽한 긴장감과 함께 미묘한 끌림이 피어난다. 새벽은 이현의 차가운 철벽 뒤에 숨겨진 깊은 슬픔과 죄책감을 어렴풋이 느끼고, 이현은 기억을 잃었음에도 본능적으로 진실을 향해 돌진하는 새벽의 모습에서 과거의 어떤 그림자를 발견한다. 결국 계속되는 새벽의 추궁에 이현은 무거운 입을 연다. 10년 전, 자신과 강민준, 그리고 어린 시절의 새벽은 아주 각별한 사이였다고. 셋은 같은 동네에서 자란 소꿉친구였으며, 이현과 새벽은 서로의 첫사랑이었다. 사라진 졸업생 강민준은 새벽을 짝사랑했고, 이현과 새벽의 관계를 질투하고 있었다. 사건 당일, 강민준은 이현에게 “새벽에게 모든 걸 폭로하겠다”는 의미심장한 말을 남기고 천문대로 향했고, 그것이 그의 마지막 모습이었다. 이현의 고백에 새벽은 충격에 휩싸인다. 잃어버린 기억의 조각들이 첫사랑의 아련한 잔상과 뒤섞이며 퍼즐처럼 맞춰지기 시작한다. 놀이공원 티켓은 어린 시절 이현과의 첫 데이트 약속이었고, 희미하게 떠오르던 별 모양 펜던트는 이현이 선물했던 것이었다.
새벽은 잃어버린 기억을 되찾기 위해 이현과 함께 10년 전 그날의 행적을 역추적하기 시작한다. 함께 걷는 캠퍼스 곳곳에서 새벽의 기억은 불완전하게 되살아난다. 천문대로 향하는 숲길, 함께 숨어들었던 빈 강의실, 자주 가던 떡볶이집. 그곳에서 새벽은 자신이 강민준을 단순한 ‘오빠’가 아닌, 스토킹에 가까운 집착에 시달리게 한 존재로 두려워했다는 사실을 기억해낸다. 한편, 오필리아는 강민준의 집안이 대학의 주요 기부자였으며, 사건 이후 그의 가족이 학교 측에 거액의 돈을 추가로 기부하고 해외로 이주했다는 사실을 발견한다. 또한, 사건 당일 천문대 근처에서 신원 불명의 차량이 목격되었다는 비공식 기록을 찾아내 새벽에게 전달한다. 모든 정황은 강민준의 실종이 단순한 잠적이 아니라, 그의 가족과 학교가 연루된 거대한 은폐극일 가능성을 시사한다.
모든 단서가 향하는 천문대에서, 새벽은 마침내 그날의 기억을 모두 되찾는다. 10년 전 그날 밤, 강민준은 새벽을 천문대로 불러내 자신의 마음을 강요하며 위협했다. 그 순간 이현이 나타나 새벽을 보호하려 했고, 세 사람 사이에 격렬한 몸싸움이 벌어졌다. 그 과정에서 강민준은 발을 헛디뎌 천문대 난간 아래로 추락했고, 겁에 질려 도망치던 새벽은 계단에서 굴러 머리를 다쳐 기억을 잃었다. 이현은 죄책감과 두려움 속에서 강민준의 아버지에게 모든 사실을 털어놓았고, 아들의 잘못이 밝혀져 가문이 망신당할 것을 두려워한 아버지는 자신의 권력을 이용해 모든 흔적을 지웠다. 강민준은 식물인간 상태로 비밀리에 병원에 옮겨졌고, 학교와 경찰을 매수해 사건을 ‘단순 실종’으로 종결시켰던 것이다. 이현은 새벽이 진실을 알게 되면 감당하지 못할 것이라 생각해, 10년간 그녀를 멀리서 지켜보며 모든 것을 혼자 짊어지고 있었던 것이다.
모든 진실이 밝혀진 후, 캠퍼스는 발칵 뒤집힌다. 강민준의 아버지는 구속되고, 학교의 명성은 땅에 떨어진다. 이현은 사건 은폐에 동조했다는 사실 때문에 로스쿨에서 징계를 받지만, 10년간 짊어졌던 무거운 짐을 내려놓고 비로소 자유로워진다. 새벽은 잃어버렸던 자신과 첫사랑의 기억을 모두 되찾았지만, 그 기억이 비극과 상처로 얼룩져 있다는 사실에 깊은 슬픔을 느낀다. 사건이 마무리된 어느 늦은 봄날, 새벽과 이현은 10년 전 처음 만났던 교정의 벤치에 나란히 앉는다. 어색한 침묵 속에서 이현이 먼저 입을 연다. “미안해, 더 일찍 말하지 못해서.” 새벽은 희미하게 웃으며 대답한다. “괜찮아. 이제라도 알게 됐으니까.” 두 사람은 상처로 시작된 인연이었지만, 진실을 마주하는 고통스러운 과정을 함께 겪으며 서로의 유일한 구원이자 이해자가 되었음을 깨닫는다. 과거의 비극은 지워지지 않겠지만, 두 사람은 이제 잃어버린 시간을 뒤로하고 서로의 곁에서 새로운 계절을 함께 맞이할 준비를 한다. 벚꽃 잎이 흩날리는 캠퍼스를 배경으로, 두 사람의 서툴지만 진심 어린 두 번째 사랑이 조용히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