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orld
1. 장소/시간, 시대 :
이야기의 무대는 근미래, 범죄가 완전히 통제되고 기억조차 검열되는 초고도 감시 디스토피아 도시다. 도시의 이름은 공식적으로 존재하지 않지만, 거대한 유리와 금속으로 이뤄진 초고층 빌딩 군락, 무채색의 거리, 그리고 인공적으로 조율된 기상 시스템이 끊임없이 변화를 억제한다. 밤과 낮이 거의 구분되지 않고, 도시 전체가 일정한 리듬으로 호흡한다. 각 가정과 공공장소에는 감시 카메라와 데이터 스캐너가 촘촘히 설치되어 있으며, 시민들은 정해진 시간에만 이동하거나, 허가된 장소에서만 모일 수 있다. 사회는 표면적으로 완벽한 평온을 자랑하지만, 그 안쪽에는 설명할 수 없는 불협화음과 균열이 느릿하게 스며든다. 시간은 ‘사건 이전(Pre-Incident)’과 ‘사건 이후(Post-Incident)’로 구분되며, 과거 대부분의 기록은 체계적으로 삭제되거나 재구성되어 있다. 공식적인 연대기와 개인의 기억 사이에는 늘 미세한 간극이 존재한다.
2. 세계관의 중요한 규칙과 그것이 스토리에 미치는 영향 :
이 세계관을 지배하는 최상위 규칙은 ‘무죄 사회’다. 모든 범죄 행위가 데이터 검열과 심리적 감시, 기억 조작 기술을 통해 원천적으로 차단된다. 개인의 기억은 정기적으로 검사 및 수정되며, 위험 요소가 감지되면 해당 기억은 즉시 삭제 또는 변형된다. 시민들은 자신의 과거를 온전히 믿지 못하고, 공식 기록에만 의존하는 삶을 산다. 사회는 ‘무결점’을 이상으로 내세우지만, 그 과정에서 진실과 거짓, 실재와 환상이 뒤엉킨다. 이 규칙은 주인공 전루이의 능력—과거의 흔적을 집요하게 복원하는 힘—을 위험 요소로 만든다. 데이터 복원 기술은 금지 대상이며, 과거의 진실을 추적하는 행위 자체가 체제에 대한 반역이 된다. 그 결과, 루이는 공식 질서와 자신의 내면적 진실 사이에서 끊임없이 심리적 압박과 추적에 시달린다. 사랑, 신뢰, 정체성마저 조작의 대상이 되는 이 세계에서, 인간관계는 언제든 배신으로 전락할 수 있으며, 모든 인물은 자신의 기억과 감정조차 의심해야 한다.
3. 세계관의 시각적 묘사 :
이 디스토피아는 빛마저 통제된 회색빛 풍경으로 가득하다. 하늘은 늘 탁하고, 햇살은 두터운 유리창과 인공 구름에 가려져 흐릿하다. 거리는 소음이 거의 없고, 시민들은 표정 없는 얼굴로, 정해진 경로를 따라 움직인다. 벽마다 반투명 스크린이 설치되어 있으며, 그 위로 반복되는 뉴스와 ‘평온한 사회’를 찬양하는 선전문구가 흘러간다. 가로등은 붉은빛, 청색빛 등 감정 조절을 위한 색온도에 따라 자동 조정된다. 각 가정은 미니멀리즘을 극대화한 구조이며, 개인 소유물조차 데이터화되어 필요에 따라 소환하거나 삭제할 수 있다. 오래된 물건, 예를 들어 루이의 아버지가 남긴 라디오나 쿠로사와의 아날로그 카메라 등은 극히 드물고, 이질적인 감각으로 이 세계에 파문을 일으킨다. 정보국은 차갑고 기하학적인 건물로, 내부는 거울과 금속, 차가운 조명만이 존재한다. 모든 것은 통제와 감시, 그리고 반복되는 일상의 무게로 눌려 있다. 그러나 이런 인공적 평온 아래, 폐쇄된 구역이나 지하 저장고에는 삭제된 과거의 흔적, 왜곡된 사진, 목소리의 잔향 등이 살아 숨 쉰다.
4. 이야기에 영향을 주는 주목할 만한 기술이나 철학 :
핵심 기술은 ‘기억 조작’과 ‘데이터 검열’이다. 인간의 기억은 정기적으로 디지털화되어 중앙 서버에 저장되고, AI와 전문가 집단이 위험 요소를 탐지해 실시간으로 수정한다. ‘기억 백신’이라는 명목으로 정기적 세뇌가 시행되며, 개인의 경험도 데이터로 환원된다. 데이터 복원은 공식적으로 금지된 암흑 기술이며, 이를 시도하는 자는 ‘질서 붕괴자’로 낙인찍힌다. 정보국의 권력은 이 기술에 기반하여 절대적이다.
철학적으로는 ‘진실의 상대성’과 ‘집단적 망각’이 지배적이다. 이 세계는 진실이란 존재하지 않으며, 오직 권력이 승인한 이야기만이 현실로 받아들여진다. 기억은 곧 정체성이고, 그 기억이 조작되는 순간 인간성 자체도 붕괴된다. 사랑, 신뢰, 윤리마저 데이터로 환원 가능하다는 믿음 아래, 사람들은 점차 자신이 누구인지, 무엇을 원하는지조차 잊어간다.
그러나, 소수의 인물들—전루이, 피디, 쿠로사와—는 이 시스템의 균열을 감지하고, ‘증거 없는 세상에 남은 마지막 증인’으로서 진실을 복원하려 한다. 그들의 투쟁은 단순한 데이터의 쟁취가 아니라, 존재의 본질과 인간적 존엄, 그리고 사랑과 배신의 경계에서 벌어지는 심리적 전쟁이다.
이 모든 기술과 철학은, 결국 ‘진실은 언제나 조작될 수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지며, 인물들의 고통과 고독, 집요한 집착과 불가역적 상처를 세계의 심연에 각인시킨다.


Location 1
- 장소 : 무채색 고층군 데이터 복원실
- 설명 : 스산한 형광등 아래, 칠흑빛 유리창 너머로 잿빛 도시가 펼쳐진다. 루이는 빽빽이 늘어선 서버와 금속 선반 사이에서, 침묵 속에 묻힌 과거의 파편을 복원한다. 그날, 아버지의 낡은 라디오를 분해하다 USB가 손끝에 걸리는 순간, 인공적 질서로 봉인된 세계에 균열이 생긴다.

Location 2
- 장소 : 정보국 거울의 회랑
- 설명 : 차가운 대리석 바닥과 끝없이 이어지는 유리벽 속, 자신의 모습이 수십 겹 반사되어 흐려진 현실과 왜곡된 기억을 상징한다. 감시 카메라와 미세한 센서가 촘촘히 매달린 회랑을 지나며, 루이는 바실리예바의 냉철한 시선 아래에서 불안과 압박에 짓눌린 채 심문을 받는다. 눈에 보이지 않는 균열과 속삭임이 벽 너머에서 퍼져나오며, 이곳은 진실과 거짓의 경계가 완전히 무너진 심리적 감옥이 된다.

Location 3
- 장소 : 폐쇄 방송국 생방송 스튜디오
- 설명 : 창밖엔 창백한 조명이 떠도는 폐쇄 구역, 그 안에 거대한 카메라와 무표정한 보안요원들이 서 있다. 루이와 피디는 떨리는 손으로 USB를 연결하며, 유리벽 너머로는 알렉산드라의 냉혹한 눈빛과 총구가 번뜩인다. 진실의 송출이 시작되지만, 어둠이 깔린 스튜디오엔 이미 되돌릴 수 없는 침묵과 불신이 깊게 내려앉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