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orld
1. 장소/시간, 시대 :
이야기의 무대는 핵전쟁 이후 수십 년이 흐른 미래, 폐허가 된 거대 도시의 중심지와 그 지하에 자리한 저항 조직의 아지트, 그리고 정부 감정관리국의 차가운 행정 구역이다. 시간은 밤과 새벽이 반복되는 흐릿한 하루하루로, 인공조명과 감시등만이 어둠을 뚫고 있다. 공식적인 연도 표기는 사라졌으며, '재건 43년' 같은 체제 중심적 연호가 쓰인다. 도시는 과거의 영광을 잃은 채, 무너진 고층 건물과 불타버린 광장, 콘크리트 더미 사이에 신경질적으로 깔린 감시 카메라와 드론의 붉은 불빛이 끊임없이 시민들을 주시한다. 지하 공간은 도심의 폐허보다 더 어둡고 음습하며, 저항 조직의 아지트로 쓰이는 곳들은 온기 없는 네온빛, 바닥을 타고 흐르는 냉기, 그리고 암호문이 빼곡하게 적힌 벽으로 가득하다.
2. 세계관의 중요한 규칙과 그것이 스토리에 미치는 영향 :
이 세계의 절대 규율은 ‘감정의 통제’이다. 정부는 감정억제약의 복용을 법으로 강제하며, 이를 어기는 행위는 곧바로 반역죄로 간주된다. 사랑이나 슬픔, 분노, 기쁨 등 모든 감정 표현은 금지되어 있고, 조금이라도 감정의 흔적을 보이면 즉각 감정관리국의 감시와 심문, 나아가 공개 처형의 대상이 된다. 시민들은 매일 정해진 시간에 약을 복용해야 하며, 약의 효과를 감시하는 생체 모니터가 피부에 부착되어 있다. 이로 인해 인간관계는 극도로 표면적이고, 가족조차 서로의 감정을 감추며 살아간다. 이런 체제적 억압은 인물들의 내적 갈등과 죄책감, 그리고 인간성에 대한 갈망을 극대화하며, 극단적인 위기 상황에서 개인의 선택이 곧 사회 전체의 균열로 이어진다. 저항 조직은 약의 효과가 일시적으로 약해지는 ‘틈’을 노려 암호문을 주고받고, 이 시간에만 진짜 감정이 허락된다. 감정의 억압은 단순한 사회적 질서가 아니라, 인간성 자체를 무력화시키는 절대적 무기로 작동한다.
3. 세계관의 시각적 묘사 :
도시는 끊임없이 회색빛 먼지가 흩날리며, 하늘은 언제나 두꺼운 구름에 가려져 있다. 붕괴된 콘크리트 더미 위로는 녹슨 철골과 초록색 이끼만이 남아 있다. 거리마다 무표정한 시민들이 기계적으로 이동하고, 그들 머리 위론 감시 드론이 낮게 웅웅거린다. 정부 청사는 거대한 유리와 금속으로 이루어진 차가운 구조물, 내부는 무채색 벽과 균일한 조명, 그리고 소음마저 삼켜버리는 두터운 방음재로 둘러싸여 있다. 감정관리국의 사무실은 정돈된 서류와 감시 화면, 고압적인 분위기의 보안 문이 특징이다. 반면 저항 조직의 아지트는 어둡고 습기가 찬 콘크리트 벙커로, 벽에는 암호문과 전단지, 그리고 희미한 촛불 자국이 남아 있다. 맥이 홀로 피아노를 연주하는 연구실 구석, 소피야가 체스를 두며 불안을 달래는 조그만 방, 그리고 마지막 공개 처형이 이루어지는 광장엔 불타는 잿더미와 침묵에 잠긴 군중이 서 있다. 빛과 어둠, 차가움과 미세한 온기의 대비가 극명하다.
4. 이야기에 영향을 주는 주목할 만한 기술이나 철학 :
이 사회의 핵심 기술은 '감정억제약'과 '생체 감정 모니터링 시스템'이다. 감정억제약은 신경전달물질을 인위적으로 차단해 슬픔, 분노, 사랑 등 모든 감정의 파동을 마비시키며, 생체 모니터는 뇌파와 호르몬 변화를 실시간 감시한다. 암호 해독 기술 역시 저항 조직의 생존에 필수적이며, 감정의 흔적이 남지 않도록 설계된 통신 방식과, 약효가 사라지는 순간을 계산하는 정밀한 알고리즘이 존재한다. 철학적으로는 '인간성의 본질은 무엇인가', '질서와 자유, 생존과 존엄성 사이의 균형', '기억과 죄책감이 인간을 어떻게 파괴하고, 다시 일으키는가'라는 주제가 이야기를 이끈다. 체제 수호를 위해 감정까지 제거한 사회가 과연 진정한 평화를 이루는가, 혹은 그 자체로 또 다른 형태의 폭력인가에 대한 심오한 질문이 끊임없이 제기된다. 맥과 소피야, 켄지 각자의 내면에선 감정 억제의 윤리, 저항의 의미, 그리고 사랑과 죄책감의 모순이 교차하며, 이는 세계관의 구조적 모순과 인간성 회복의 가능성을 동시에 보여준다.


Location 1
- 장소 : 감정억제제 연구실
- 설명 : 섬광등 아래 은색 금속과 유리로 빼곡한 연구실은, 가스 냄새와 약품의 무취 속에서 침묵이 흐른다. 맥 라이드는 정교한 기계들과 냉혹한 동료들 사이에서, 모니터에 떠오른 암호 메시지의 미세한 흔들림을 감지하며 불안과 죄책감에 잠식된다. 밖에서는 검은 유니폼의 감시자들이 무표정하게 순찰하며, 이곳이 인간성의 마지막 온기를 완전히 거세한 체제의 심장부임을 증명한다.

Location 2
- 장소 : 지하 저항조직 아지트
- 설명 : 낡은 콘크리트 벽과 희미한 전구 아래, 숨죽인 그림자들이 복잡하게 얽혀 움직인다. 소피야는 차가운 금속 책상 위에 흩어진 암호문을 해독하며, 동료들의 불안과 긴장, 희미한 희망을 감지한다. 무표정한 얼굴들 사이로 고요한 절박함이 흐르고, 문틈 너머로는 언제 들이닥칠지 모를 감시의 위협이 짙게 감돈다.

Location 3
- 장소 : 감정관리국 본부
- 설명 : 무채색 대리석과 차가운 금속으로 이루어진 감정관리국 본부는, 군더더기 없는 직선의 복도와 감시 카메라의 붉은 불빛 아래서 숨조차 조심스러운 공간이다. 이곳에서 하야사카 켄지는 맥과 소피야를 직접 심문하며, 권력의 이름으로 감정의 잔재를 짓밟으려 하지만, 동시에 자신의 내면에 번지는 불안과 의심에 사로잡혀 점차 흔들린다.

Location 4
- 장소 : 폐허 속 피아노 방
- 설명 : 지붕이 무너진 폐가의 어둠 한가운데, 먼지 낀 피아노가 잿빛 달빛 아래 놓여 있다. 맥과 소피야는 마지막 밤을 이곳에 숨으며, 떨리는 손끝으로 오래된 건반을 눌러 서로의 상처와 죄책감을 음악으로 고백한다. 벽 너머로는 정부의 감시망이 점점 조여오지만, 두 사람은 그 짧은 순간만큼은 진실한 감정의 해방을 경험한다.

Location 5
- 장소 : 잿더미 광장
- 설명 : 거대한 전광판 아래, 부서진 동상과 시커먼 재가 흩날리는 광장 중심에 맥과 소피야가 포박된 채 무표정한 군중 앞에 선다. 금속 울림과 함께 공개 처형이 집행되지만, 두 사람은 마지막 순간까지 서로의 손을 놓지 않으며 사랑의 속삭임을 나눈다. 그들의 죽음 뒤로, 소피야의 암호 메시지는 광장 벽에 남겨지고, 침묵하던 시민들 사이로 미세한 변화의 떨림이 퍼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