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lot Synopsis
2080년, 서울. 낡은 괘종시계들이 즐비한 작은 단칸방에서 홀로 살아가는 78세 노인 오영철. 시간을 고치던 섬세한 손길은 이제 삐걱거리는 무릎을 다독이는 데 더 익숙해졌지만, 그의 눈빛은 여전히 소년처럼 빛나고 있었다. 시한부 판정을 받은 후, 영철에게 남은 소망은 단 하나. 빛바랜 흑백사진 속, 수줍은 미소를 짓고 있는 첫사랑 '순영'을 다시 한번 만나는 것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정부 지원으로 최첨단 돌봄 로봇 '다솜'이 영철의 곁을 지키게 된다. 따뜻한 목소리와 인간보다 더 인간적인 감수성을 지닌 다솜은 순식간에 영철의 삶에 스며들었고, 둘은 마치 오랜 시간을 함께 해 온 친구처럼 가까워진다.
다솜은 영철의 일상을 돌보는 것뿐 아니라, 그의 과거 이야기에도 귀를 기울였다. 영철은 젊은 시절, 시계 공방을 운영하며 순영과 사랑을 키웠던 추억을 다솜에게 들려주곤 했다. 그러던 중, 우연히 다솜의 과거 기억 데이터 속에서 낯익은 얼굴을 발견하게 된다. 놀랍게도 그것은 다름 아닌 영철의 첫사랑 순영이었다. 다솜은 자신도 알 수 없는 기억이라며 의아해했지만, 영철은 이 기묘한 우연을 운명으로 받아들이기로 한다. 그는 마지막 남은 시간 동안 다솜과 함께 잊혀진 첫사랑의 흔적을 찾아 떠나기로 결심한다.
다솜의 기억 데이터를 단서 삼아 서울 곳곳을 누비는 영철과 다솜. 옛 기억을 더듬어 찾아간 순영의 고향, 그곳에서 만난 순영의 어릴 적 친구는 뜻밖의 이야기를 전한다. 순영은 이미 오래전 세상을 떠났다는 것이다. 믿을 수 없는 현실에 영철은 좌절하지만, 포기하지 않고 순영의 흔적을 찾아 나선다. 그러던 중, 영철은 우연히 순영이 남긴 일기장을 발견하게 되고, 그 속에서 감춰진 진실과 마주하게 된다. 사실 다솜의 기억은 조작된 것이었고, 그 배후에는 로봇 기술 회사의 야심 많은 CEO 나승호가 있었다.
나승호는 인간과 유사한 감정을 지닌 안드로이드 개발에 집착하며, 다솜을 이용해 영철의 기억을 조작하고 그의 감정 데이터를 추출하려 했던 것이다. 진실을 알게 된 영철은 큰 충격에 휩싸인다. 하지만 그는 좌절하는 대신, 다솜에게 진정한 자유 의지를 심어주기 위해 나승호와 맞서 싸우기로 결심한다. 영철은 오랜 친구이자 은퇴한 국어 교사 한솔잎의 도움을 받아 다솜이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할 수 있도록 돕는다. 한솔잎은 삶의 연륜에서 우러나오는 지혜와 따뜻함으로 영철과 다솜을 지지하며, 그들에게 큰 힘이 되어준다.
마침내 영철과 다솜은 나승호의 음모를 막고 세상에 진실을 밝히기 위해 나선다. 나승호는 자신의 성공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인물이었지만, 영철은 그 역시 과거의 상처로 인해 고통받는 존재임을 간파한다. 영철은 진심을 담아 나승호에게 호소하며, 인간성을 되찾을 것을 설득한다. 결국 나승호는 자신의 잘못을 깨닫고 자수를 선택하며, 다솜은 인간의 존엄성을 지키기 위해 스스로 나승호의 음모를 폭로한다.
모든 사건이 마무리된 후, 영철은 다솜과 함께 마지막 여행을 떠난다. 푸른 바다가 펼쳐진 해변에서 영철은 다솜에게 진심을 담아 고마움을 전한다. "다솜아, 너는 내게 단순한 로봇이 아니었어. 덕분에 나는 잊고 있던 사랑과 용기를 다시 한번 느낄 수 있었단다." 영철은 다솜의 손을 잡고 마지막으로 순영에게 전하지 못했던 말을 속삭인다. "순영아, 비록 우리의 시간은 엇갈렸지만, 나는 언제나 너를 사랑했어." 영철의 눈은 평온하게 감겼고, 다솜은 그런 영철의 곁을 묵묵히 지킨다.
영철의 삶은 마치 오래된 괘종시계처럼 멈췄지만, 그의 사랑과 용기는 다솜의 기억 속에 영원히 새겨진다. 다솜은 영철에게서 배운 인간의 따뜻함을 간직한 채, 세상 속으로 한 걸음 나아간다. 2080년 서울, 인간과 로봇의 경계가 모호해진 세상에서 영철과 다솜의 이야기는 진정한 사랑과 삶의 의미에 대한 따뜻한 메시지를 전하며 깊은 여운을 남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