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lot Synopsis
근 미래 서울, 첨단 기술이 인간의 삶 깊숙이 자리 잡은 시대. 눈부신 네온사인과 하늘을 가득 메운 드론 택시는 더 이상 낯선 풍경이 아니다. 효율성과 편리함을 최고의 가치로 여기는 이 도시에서 인간의 손길은 점차 사라져갔고, 그 빈자리는 고도로 발달된 로봇들이 채우고 있다.
한때 로봇 윤리학의 권위자로 명성을 떨쳤던 최진석 교수는 차가운 도시의 일면을 보여주는 듯 고독한 은퇴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인간의 존엄성과 기계 문명의 윤리적 경계에 대한 그의 날카로운 비판은 사람들의 마음 한구석에 불편함을 남겼고, 결국 그는 세상의 무관심 속에 스스로 세상과의 단절을 택한다. 과거 그의 열정적인 강의에 감명받았던 제자들은 이제 그의 곁을 떠난 지 오래되었고, 유일한 혈육인 딸 가을과의 사이는 오랜 시간 냉랭하게 얼어붙어 있다.
진석이 나이가 듦에 따라 쇠약해지던 중 국가에서 로봇을 하나 보내준다. 독거노인분들께 돌봄로봇을 보내드리는 정책을 선보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진석은 도움이 필요한 순간에도 로봇의 손길을 거부한다. 어쩔 수 없이 로봇을 집에 들이긴 했지만, 덮개를 열어보지도 않은 채 구석에 방치해둔 상태다. 은퇴 시점에 '로봇 개발의 끝에는 파멸이 기다리고 있다.'고 주장한 그였기에 로봇에게 도움을 받는 것을 멀리하는 것이다. 고집스럽게 혼자 버티며 살아가지만, 결국은 본인의 몸을 가누기 힘들어진 상태에 직면하게 된다.
그러던 어느날 어디선가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온다. "도와드릴까요?" 다름 아닌 '원봇'의 목소리다. 원봇은 진석이 교수 시절 애지중지하며 연구했던 로봇이었지만, 세월의 흐름 속에 잊혀 낡은 기계로 전락해 있었다. 최첨단 로봇들이 속속 등장하는 시대에 원봇은 사라지는 듯했지만, 정부의 업사이클링 사업 덕에 재탄생하게 되었다. 로봇의 무분별한 폐기처분으로 논란이 이르던 시기에 정부에서 쓸만하고 영리한 로봇을 모아 돌봄로봇으로 시스템화하는 업사이클링 사업을 선보인 것이다. 그렇게 돌봄로봇으로 진석 앞에 다시 나타난 원봇은 진석의 목소리를 여전히 기억하고 그의 불편함을 멀찍이서 듣고 있었던 것이다. 진석이 자신을 찾아줄 때까지 기다리려 했지만, 이제는 먼저 나서야 할 차례라고 판단하여 입을 연 것이다.
진석은 목소리가 들려오는 쪽으로 가 외면해왔던 로봇의 상자를 벗겨보니 원봇이 자신을 반기는 것이다. 당황한 진석은 원봇에게 질문세례를 퍼부으며 대화를 이어간다. 누구와도 접촉할 일이 없던 진석에게 이렇게 긴 대화는 정말 오랜만이었다. 원봇은 마치 오랜 친구처럼 그의 말에 귀 기울이며 말벗이 되어주고, 힘이 없는 몸을 지탱해주며, 건강한 식습관과 운동법을 가르쳐준다. 원봇이었기에 진석이 마음을 열 수 있었던 것이다. 원봇은 진석의 비대면 진료가 끝나고 옛날 애창곡을 틀어주는데, 이로 인해 진석은 잊고 있던 온기를 느끼기 시작한다.
한편, 모빌리티 데이터 분석가로 일하는 가을은 냉철하고 이성적인 성격으로 아버지 진석을 닮아 있다. 어린 시절 아버지의 무관심 속에 방치되었던 가을에게 진석은 로봇에 대한 집착으로 자신을 떠난 사람이라는 상처로 남아 있다. 가을은 최첨단 기술로 구현된 편리한 삶을 살아가지만, 그 속에서도 마음 한편에 자리한 공허함을 지우지 못하고 있다. 스마트팜을 이용해 식물을 키우는 취미도 새롭게 가져보지만, 공허함을 채워주지 못한다. 가을은 나이가 드니 주변 이들이 행복한 가정을 꾸리는 모습을 보며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가족애가 전혀 없던 그녀지만, 왠지 모르게 아버지가 머릿속에 계속 떠오른다.
독립하고 난 후 아버지를 절대 찾아뵙지 말아야겠다고 한 다짐 때문에 고민이 됐지만, 그럼에도 유일한 가족이니 한번은 뵙기로 결심한다. 아버지의 집으로 가는 중 한 로봇을 보며 잊고 있었던 과거의 기억들이 가을의 마음을 뒤흔들기도 한다. 가을은 어렵게 진석의 집으로 들어서고, 세월이 너무 많이 지나 변해있는 진석의 얼굴을 맞이한다. 걱정도 잠시 뒤따라온 원봇을 보며 가을은 '역시나 내가 없어도 로봇의 도움으로 잘 살아가시는구나.'라는 생각에 황급히 돌아가려 한다.
그러나 진석이 가을을 붙잡고, 둘은 정말 오랜만에 대화를 이어나간다. 어색한 공기가 싫었던 가을은 집에 돌아가려 하지만, "이제 뭔지 알겠다."라는 진석의 한 마디가 그 발걸음을 붙잡는다. 진석이 오랫동안 느끼던 공허함의 이유를 찾은 것이다. 그것은 바로 '인간의 온기'다. 이는 가을이 느끼던 공허함과 똑같다. 다시 이야기를 이어가던 가을은 기억을 더듬어가며 아버지와의 추억을 떠올리고, 그 감정은 그리움과 원망이 뒤섞인 복잡한 형태로 가을의 마음속에 자리 잡는다.
이를 계기로 진석과 가을은 만나는 시간이 잦아졌고, 어색했던 분위기는 조금씩 누그러지기 시작한다. 진석은 가을에게 과거 자신이 저지른 잘못을 진심으로 사과하고, 용서를 구한다. 그리고 오랜 시간 자신을 괴롭혀 온 로봇에 대한 편향된 생각에서 벗어나며 진정한 삶의 의미를 찾고 싶다는 소망을 조심스럽게 내비친다. 가을은 그런 아버지의 모습에서 그동안 보지 못했던 진심을 느끼고, 조금씩 마음의 문을 열기 시작한다.
둘의 관계 발전에 원봇도 한몫한다. 원봇은 단순한 기계가 아니라, 진석의 추억을 담고 있는 존재였기에 진석과 가을이 갖고 있던 오해를 풀어주는 역할을 해낸다. 이로 인해 가을은 몰랐던 아버지의 꿈과 열정, 그리고 자신에 대한 사랑을 발견하고 뜨거운 눈물을 흘린다.
시간이 흘러 진석은 세상을 떠나지만, 가을은 아버지의 뜻을 이어받아 인간과 로봇이 공존하는 미래를 꿈꾼다. 또 자신의 직업에 열중하며 올바른 방향으로 발전하는 서울에 도움이 되기로 결심한다. 그리고 그 곁에는 원봇이 함께하며, 진석의 꿈과 사랑을 전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