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orld
1. 장소/시간, 시대 :
이야기의 무대는 강원도의 산골 바닷가, 인적이 드문 외딴 어촌 마을이다. 바다는 깊고 거칠며, 해안선은 암석과 몽환적인 안개로 둘러싸여 있다. 구체적인 연대는 명확히 드러나지 않으나, 현대와 닮은 시기임에도 불구하고 외부와의 단절, 느린 생활 방식, 전통적 자연 친화적 삶이 지배적이다. 마을 사람들은 대부분 고령이며, 젊은이들은 이미 도시로 떠난 지 오래다. 계절은 늦가을에서 초겨울로, 바람은 날카롭고, 파도는 늘 불길하게 속삭인다. 밤이 되면 안개와 어둠이 마을을 완전히 잠식하며, 평온과 불안이 뒤섞인 시간이 흐른다. 시간의 흐름은 비선형적으로, 현실과 과거, 환상이 뒤엉키는 순간들이 반복된다.
2. 세계관의 중요한 규칙과 그것이 스토리에 미치는 영향 :
이 세계관에서는 인간의 이해와 감각을 초월한 존재, 즉 우주적 실체가 모든 것의 이면에 잠재해 있다. 바다는 단순한 자연이 아니라, 인간의 언어와 이성으로 해석할 수 없는 의지와 의식을 가진 존재로 묘사된다. 마을의 평온은 실상 그 존재가 베푸는 일시적 환상일 뿐이며, 외부인의 방문이나 특정 조건(상징의 출현, 바다의 목소리 등)이 갖추어졌을 때 얇은 현실의 장막이 찢어지기 시작한다. 마을 사람들은 점차 이성의 경계 밖으로 밀려나 광기, 실종, 의식 행위 등 비이성적 현상에 휩쓸린다. 주인공들의 선택—진실을 바라보는 것, 혹은 외면하는 것—이 곧 현실의 존속과 붕괴를 결정짓는 힘으로 작용한다. 인간이 가진 합리성, 언어, 종교적 의식은 이 우주적 존재 앞에서 무력하며, 오히려 그것을 인식하는 순간 삶의 평온은 파괴된다.
3. 세계관의 시각적 묘사 :
마을은 바람에 깎인 바위, 검게 그을린 목조 어촌 가옥, 이끼 낀 항구, 그리고 바다에서 밀려든 기이한 표류물로 가득하다. 해안가에는 이름 모를 상징들이 새겨진 조개껍데기와 목각상, 금속 파편들이 흩어져 있다. 밤이면 파도 소리 너머로 알 수 없는 목소리가 들리고, 안개 속에서는 현실과 환상이 뒤섞인 형상들이 어른거린다. 낡은 등대와 텅 빈 골목, 폐허가 된 선착장, 그리고 집 안 구석구석을 채운 오래된 항해도와 조각품들은 모두 기억과 집착의 흔적이다. 사람들의 얼굴에는 두려움과 체념, 광기의 그림자가 서려 있다. 마을은 점차 현실의 색을 잃고, 바다의 심연과 맞닿은 듯한 기이한 분위기에 잠식된다. 마지막에는 마을의 경계 자체가 무너지고, 바다와 육지, 현실과 환상의 구분이 흐려진다.
4. 이야기에 영향을 주는 주목할 만한 기술이나 철학 :
이 세계관의 중심에는 코즈믹 호러 특유의 철학—즉, 인간의 존재와 이성이 우주적 진실 앞에서 얼마나 무력한가에 대한 근원적 물음—이 자리 잡고 있다. 인간의 기억, 집착, 평온에 대한 갈망은 모두 거대한 무의미와 맞닿아 있다. 주인공들은 저마다의 방식으로 의미를 부여하고 진실을 탐구하려 하지만, 그 욕망 자체가 파멸의 씨앗이 된다. 언어, 기록, 고고학적 해석, 예술적 상징 해독 등은 모두 인간만의 해석틀에 불과하며, 우주적 존재의 의지 앞에서는 무의미하다. 진실은 결코 위안을 주지 않으며, 이를 마주하는 순간 인간의 정체성은 붕괴한다. 세계관 곳곳에 깔린 상징과 표류물, 그리고 반복적으로 들려오는 바다의 목소리는 인간이 이해할 수 없는 타자성의 현현이며, 그 속에서 인물들은 스스로의 한계와 무력함, 존재의 공포를 직면하게 된다. 이러한 철학적 기반 위에서, 인물들의 심리적 균열과 도덕적 모호성, 그리고 세계의 경계가 무너지는 파국적 순간이 정교하게 직조된다.


Location 1
- 장소 : 파도 바위 언덕
- 설명 : 검은 손자국이 묻은 바위들이 해풍에 깎인 채 언덕을 뒤덮고, 그 틈새마다 소금기 어린 이끼와 파도가 남긴 조개껍데기가 흩어져 있다. 새벽녘 만석은 이곳에서 거친 파도의 숨결과 바다 너머에서 들려오는 알 수 없는 속삭임을 느끼며, 내면의 평온과 불안을 맞바꾼다. 알렉세이의 도착 이후, 바위 틈에는 정체불명의 상징이 새겨진 표류물이 걸려들고, 바다는 점차 인간의 언어로는 설명할 수 없는 존재감을 드러내기 시작한다.

Location 2
- 장소 : 안개 속 폐항구
- 설명 : 안개가 짙게 깔린 폐항구의 녹슨 크레인과 부서진 부두 위에, 알렉세이가 표류물 더미를 뒤지며 바다의 속삭임을 해독하려 애쓴다. 유키코는 손전등 불빛 아래 낡은 그물과 수상한 상형문자를 기록하고, 이곳에서 처음으로 세 사람은 불가해한 상징에 둘러싸여 서로의 진의와 두려움을 숨긴 채 맞선다. 바다 쪽에서 밀려오는 알 수 없는 목소리는, 현실과 비현실의 경계를 위협하며 그들의 내면에 균열을 만들어낸다.

Location 3
- 장소 : 만석의 빈집
- 설명 : 한밤중, 만석의 빈집은 바다에서 밀려온 정체불명의 상징들과 소금기 어린 바람에 잠식된다. 낡은 조개껍데기와 목각배가 흩어진 어둠 속에서, 인간의 기억과 우주적 존재의 흔적이 서로 뒤엉킨다. 새벽이 밝자 집은 고요한 잔해만 남기고, 만석과 이방인들의 흔적은 해안선 너머로 사라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