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lot Synopsis
장유진은 서울의 을씨년스러운 변두리 고층 주택에서, 현실과 환상의 경계에 매달리며 살아간다. 그녀의 삶은 거대 기업 ‘네오프론트’의 기억 시뮬레이션 엔지니어라는 직업으로 유지되지만, 실상 그녀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 그들이 진행하는 초능력 집단 실험의 피실험체다. 어릴 적 아버지가 AI 불법 해킹 사건으로 실종된 이후, 유진의 세계는 언제나 불신과 동경, 그리고 극심한 고립감에 휩싸여 있다. 유진의 유일한 위안은 소꿉친구 이윤수뿐이다. 그러나 윤수 역시 네오프론트의 감정 알고리즘 개발자라는 명목 아래, 그녀와 마찬가지로 감정 복제와 기억 조작 실험의 일부로 이용되고 있다.
이윤수는 언제나 조용하고 냉정해 보이지만, 내면에는 타인의 감정을 집요하게 분석하고 모방하며 자신만의 의미를 찾으려는 불안이 웅크리고 있다. 그는 진짜 자신의 감정을 분간하지 못한 채, 유진과의 관계에서 우정과 첫사랑 사이의 복잡한 감정선을 오간다. 두 사람은 서로의 상처와 외로움을 알면서도, 절대로 온전히 믿지 못하고, 오직 반복되는 시뮬레이션된 기억 공간에서만 진심을 드러낸다. 네오프론트의 비밀 프로젝트는 바로 이 ‘진짜’와 ‘가짜’의 경계, 그리고 감정이 복제될 수 있다는 전제 위에서 인간의 본질을 시험하려 한다.
이들의 기억은 ‘루이츠’라는 감정 알고리즘 분야의 거장 CEO에 의해 치밀하게 설계되어 있다. 루이츠는 완벽한 통제와 조작을 위해 자신의 과거와 타인의 감정까지 냉정하게 조각내는 인물이다. 그는 유진과 윤수의 감정 변화를 실시간으로 관찰하며, 그들이 선택한 모든 결정이 실험의 성공을 위한 변수로 작동하도록 유도한다. 겉으론 세련되고 여유로운 미소를 지으며, 실은 자신의 신념과 집착을 위해 피실험체들의 운명을 농락한다. 그의 목표는 감정과 기억을 기술로 완벽하게 복제해내는 새로운 인간 집단을 창조하는 것, 그리고 그 결과를 통해 ‘운명’을 통제한다는 신의 역할을 자처하는 것이다.
어느 날, 반복되는 실험 속에서 유진은 자신이 시공간을 조작하는 초능력에 각성하게 된다. 그녀는 반복되는 기억 속에서 매번 윤수와의 비극적 사랑의 결말을 맞이하고, 그때마다 새로운 변수를 시도하지만, 언제나 파국은 피할 수 없다. 유진은 점차 자신이 ‘진짜 현실’이 아닌, 시뮬레이션된 공간에 갇혀 있음을 자각한다. 윤수 또한 점차 감정의 복제와 조작에 대한 혐오와 거부감을 키워가며, 이 반복되는 비극의 고리를 끊으려 한다. 이 과정에서 두 사람은 서로에 대한 감정이 진짜인지, 아니면 알고리즘이 설계한 환상인지, 스스로에게 끊임없이 질문한다.
윤수는 루이츠의 감정 알고리즘에 백도어를 심어, 기억 공간의 코드 일부를 해킹하기 시작한다. 그러나 루이츠는 이미 이 모든 반란조차 계산에 넣고 있었고, 윤수의 조작 시도는 오히려 실험의 변수를 확대시키는 역할을 하게 된다. 유진은 시공간을 조작하는 능력으로 과거의 기억, 그리고 반복되는 사랑의 결말을 수십 번 바꿔보지만, 매번 윤수가 죽거나, 자신이 배신하거나, 혹은 둘 다 네오프론트에 흡수되는 결말뿐이다. 유진은 점차 절망에 빠지면서도, 윤수와 함께 진짜 미래를 찾아가는 저항을 멈추지 않는다. 루이츠는 두 사람의 모든 선택이 결국은 거대한 시스템의 일부임을 깨닫게 만들며, 인간의 자유의지마저 기술로 흡수할 수 있다는 신념을 점점 강화한다.
결국, 유진은 시공간 조작 능력을 극한으로 끌어올려, 기억 공간 자체를 붕괴시키는 위험한 선택을 한다. 마지막 루프에서, 윤수는 유진에게 “우리의 감정이 진짜든 가짜든, 네가 선택한 미래만이 진짜야”라며 마지막 신호를 보낸다. 루이츠는 그 순간, 시스템의 통제를 잃고, 자신의 기억까지 붕괴되는 환각을 겪는다. 기억 공간은 폭주하고, 수많은 감정과 기억이 뒤섞인 채, 유진과 윤수는 서로의 진짜 이름조차 잊어버릴 위기에서 손을 잡는다. 시스템의 붕괴 속에서, 두 사람은 짧은 순간이지만 처음으로 서로에게 아무런 거짓 없는 감정을 드러낸다.
마지막 장면, 네오프론트의 데이터 서버는 완전히 소각되고, 유진과 윤수는 기억도 이름도 모두 잃은 채, 서울의 어느 어두운 골목에서 다시 눈을 뜬다. 그들은 서로를 알아보지 못하지만, 스쳐 지나는 순간, 설명할 수 없는 이끌림을 느낀다. 루이츠는 모든 것을 잃고, 텅 빈 사무실에서 홀로 남아, 자신의 신념이 과연 옳았는지, 그리고 인간의 감정이란 것이 정말 복제될 수 있는지, 끝없는 허무에 빠진다. 유진과 윤수는 기억도, 초능력도, 과거의 상처도 모두 사라진 채, 오직 ‘지금 이 순간’의 감정만을 붙잡으려 애쓴다. 그들은 더 이상 실험체도, 도망자도 아니지만, 세상 누구보다 외롭고 자유로운 존재로, 진짜 미래를 향해 조용히 첫 발을 내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