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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장소/시간, 시대 :
서울의 낡고 음습한 골목 가장 깊숙한 곳, ‘무연(無緣) 장례식장’이라는 이름의 작은 장례식장이 이야기의 중심 무대다. 시간적 배경은 현대, 2010년대 후반에서 2020년대 초반의 서울이다. 이곳은 낮에는 거의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는, 오직 밤이 되어야만 진짜 존재하는 듯한 공간이다. 사방을 둘러싼 회색 콘크리트 벽과 쇠창살, 빗물에 젖은 좁은 골목길이 장례식장을 감싸며, 서울이라는 대도시의 화려함과는 철저히 단절되어 있다. 실내에는 오래된 형광등이 깜빡이고, 창문마다 두터운 커튼이 드리워져 외부와의 소통을 차단한다. 장례식장 주변으로는 방치된 폐가와 쓰레기가 쌓인 공터, 가로등 불빛조차 닿지 않는 어두운 길목이 이어진다. 시간은 늘 심야, 자정 무렵부터 새벽까지가 이야기의 핵심적 흐름을 이룬다. 공간은 현실과 비현실, 생과 사의 경계가 모호해지는 지점이며, 밤이 깊어질수록 이질적인 존재들이 서성인다.
2. 세계관의 중요한 규칙과 그것이 스토리에 미치는 영향 :
이 세계관에서 가장 중요한 규칙은 ‘진실이 은폐된 곳에는 반드시 원귀가 머문다’는 것이다. 억울하게 죽은 자, 혹은 정당한 장례조차 치르지 못한 무명인의 한이 쌓이면, 그 장소는 보이지 않는 저주와 냉기로 가득 차게 된다. 장례식장은 이 도시에서 버려진 자들의 마지막 안식처이자, 진실을 감추고자 한 이들의 죄가 실체를 얻어 돌아오는 장소이다. 또한, 자정이 되면 모든 시계가 멈추고, 살아 있는 자와 죽은 자의 경계가 흐려져 서로의 존재를 감각할 수 있게 된다. 이 규칙은 주인공 최진수를 비롯한 인물들의 내면에 심리적 균열을 일으키며, 죄책감과 공포, 그리고 속죄의 갈망이 극적으로 충돌한다. 원귀의 존재는 단순한 공포의 대상이 아니라, 인간의 위선과 거짓, 그리고 사회적 단절이 만들어낸 집단적 죄악의 상징으로 기능한다. 이 세계관에서는 ‘진실을 드러내지 않는 한, 저주는 결코 끝나지 않는다’는 비극적 필연이 모든 인물의 운명을 옥죈다.
3. 세계관의 시각적 묘사 :
장례식장은 무채색의 공간이다. 회색빛 벽과 낡은 나무 바닥, 벗겨진 페인트와 곰팡이 자국이 뒤엉킨 천장, 오래된 형광등 아래로 길게 드리운 그림자가 공간을 분할한다. 시신 보관실은 금속 선반이 빽빽이 들어차 있고, 냉장고의 차가운 기운이 늘 바닥에 스며든다. 복도 끝에는 고장이 잦은 벽시계가 하나, 자정을 알리며 멈춘다. 식장 곳곳에는 이름 없는 명패, 빛바랜 사진, 그리고 누군가의 눈물이 스며든 듯한 검은 천이 걸려 있다. 비가 내리면 천장에서 물방울이 떨어지고, 골목 끝에서는 고양이 울음과 알 수 없는 흐느낌이 뒤섞인다. 바깥은 가로등 불빛조차 닿지 않아, 장례식장 내부의 어둠이 점점 침식해 들어오는 듯하다. 심야의 원귀가 등장할 때면, 실체 없는 한기가 공간 전체를 감싸고, 벽과 바닥 틈새마다 검붉은 액체가 스며들며, 공기에는 썩은 꽃향과 날카로운 냉기가 함께 감돈다. 이 모든 요소가 실재와 환영, 죄의식과 속죄의식이 교차하는 음습하고 몽환적인 분위기를 완성한다.
4. 이야기에 영향을 주는 주목할 만한 기술이나 철학 :
이 세계관을 지배하는 철학은 ‘진실과 속죄, 그리고 인간의 기억이 만들어내는 지옥’에 관한 것이다. 장례식장이라는 공간 자체가 사회적 망각과 죄의식의 집합체로, 살아남은 자들이 스스로의 죄를 어떻게 인식하고, 외면하며, 혹은 대면하는지에 대한 심리적 탐구가 중심을 이룬다. 현대의 기술은 오히려 퇴색되어 있다. 식장 안에서 사용하는 라디오는 잡음과 클래식이 섞여 과거와 현재, 현실과 환상의 경계를 흐린다. CCTV와 휴대폰 같은 감시 기술조차 식장 안에서는 무력해지며, 오직 인간의 양심과 기억만이 진실의 실마리를 쥔다. 원귀의 저주는 초월적이면서도, 철저히 인간의 죄와 거짓, 단절에서 비롯된다. 이 세계관은 인간 내면의 어둠과 사회적 고립, 그리고 속죄의 가능성에 대한 근원적 질문을 던진다. 죄를 숨기려 할수록, 그리고 진실을 외면할수록, 그 죄는 더욱 실체적이고 파괴적인 방식으로 현실에 스며든다. 결코 단순한 공포가 아닌, 인간 존재의 비극과 구원의 부재를 집요하게 파헤치는 누아르적 세계관이 자리잡고 있다.


Location 1
- 장소 : 무연 장례식장 시신 보관실
- 설명 : 싸늘한 형광등 아래, 금이 간 타일 바닥 위로 무명인의 시신들이 덮개도 없이 차갑게 누워 있다. 철제 선반마다 희뿌연 성에가 맺혀 있고, 문틈마다 검붉은 액체가 흘러나와 서늘한 한기가 뼛속까지 스며든다. 진수는 이곳에서 밤마다 알 수 없는 속삭임과 시린 공포에 시달리며, 죄책감의 늪에 천천히 잠식당한다.

Location 2
- 장소 : 장례식장 복도 끝
- 설명 : 복도 끝은 희미한 형광등 아래, 오래된 벽지가 누렇게 일그러져 있다. 밤마다 문틈 사이로 검붉은 액체가 스며나오고, 섬뜩한 한기가 발목을 휘감는다. 그곳에서 들려오는 흐느낌과 속삭임은, 살아 있는 자와 죽은 자의 경계가 완전히 무너졌음을 암시한다.

Location 3
- 장소 : 빗물 젖은 서울 골목
- 설명 : 비 내리는 새벽, 진수는 장례식장 밖 골목에 선다. 검붉은 빗물이 하수구를 타고 흐르며, 어둠 속에서 원귀의 낮은 속삭임이 골목 벽에 스며든다. 가로등 아래, 진수의 그림자는 뒤틀려 늘어지고, 어디선가 식장 안에서 들려오던 흐느낌이 다시 진수의 귓가를 파고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