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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isode 2

2화

mama79

침묵이 우리를 감쌌다. 엘리의 손가락이 여전히 내 스케치북 위를 맴돌고 있었고, 그 작은 움직임이 내 신경을 예민하게 자극했다. 도서관의 공기는 평소보다 더 무거웠다.

"네 그림..." 엘리가 입을 열었다가 다시 닫았다. 그녀의 목소리에 담긴 망설임이 나를 긴장시켰다. "마치 네가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을 보는 것 같아."

나는 그녀의 말에 대답하지 못했다. 누군가 내 그림을 이렇게 깊이 들여다본 적은 처음이었다. 평소에는 아무도 관심을 보이지 않았고, 나 역시 그것을 바라지 않았다. 하지만 엘리의 말은 내 안에서 무언가를 건드렸다.

책장 너머에서 발자국 소리가 들렸다. 우리는 동시에 고개를 들었고, 렌이 서 있는 것을 발견했다. 그의 표정은 평소와 달리 어둡게 가라앉아 있었다.

"여기서 뭐 하는 거야?" 렌의 목소리는 차가웠다. 그의 시선이 우리의 스케치북으로 향했다가, 엘리와 내 사이의 좁은 간격으로 옮겨갔다.

엘리가 살짝 몸을 뒤로 물렸다. 그녀의 손이 스케치북을 살며시 닫았다. "그냥... 그림 얘기하고 있었어."

렌은 잠시 우리를 바라보다가 책장 사이로 사라졌다. 그의 발걸음 소리가 점점 멀어졌다. 방금 전까지 우리를 감쌌던 따뜻한 공기가 한순간에 차갑게 식었다.

"나... 가봐야 할 것 같아." 엘리가 일어서며 말했다. 그녀의 목소리에서 아쉬움이 묻어났다.

나는 그녀가 스케치북을 가방에 넣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무언가 말해야 할 것 같았지만, 입술이 움직이지 않았다. 엘리는 마지막으로 나를 한 번 바라보고는 도서관을 빠져나갔다.

혼자 남은 나는 창밖을 바라보았다. 오후의 햇살이 점점 흐려지고 있었다. 구름 한 조각이 천천히 태양을 가렸다. 내 스케치북에 그려진 빛과 그림자가 마치 거짓말처럼 느껴졌다.

렌의 반응이 계속 마음에 걸렸다. 평소의 그가 아니었다. 마치 누군가 다른 사람이 된 것처럼, 그의 눈빛에서 낯선 감정을 읽었다. 우리가 나눈 수많은 방과 후의 기억들이 순간 흐릿해지는 것 같았다.

도서관의 창가에 앉아, 나는 처음으로 이 고요한 공간이 답답하게 느껴졌다. 평소라면 위안을 주었을 책들의 향기와 먼지 냄새가 오늘은 묵직하게 내 어깨를 눌렀다. 스케치북을 다시 펼쳤지만, 연필이 움직이지 않았다.창가에 드리운 그림자가 조금씩 길어지고 있었다. 나는 연필을 내려놓고 엘리의 자리가 있던 쪽을 바라보았다. 그녀가 앉았던 자리에 희미한 온기가 남아있는 것만 같았다.

"지우야."

뒤에서 들려온 목소리에 어깨가 움찔했다. 렌이었다. 그가 언제 돌아왔는지 몰랐다.

"미안." 렌이 말했다. 그의 목소리는 조금 전보다 부드러워져 있었지만, 여전히 어딘가 불편한 기운이 감돌았다. "아까는 내가 좀..."

나는 고개를 들어 렌을 바라보았다. 그는 책장에 기대어 서서 창밖을 보고 있었다. 평소라면 자연스럽게 내 옆자리에 앉았을 텐데.

"괜찮아." 내가 말했다. 하지만 우리 둘 다 그것이 거짓말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

렌의 시선이 내 스케치북으로 향했다. 그의 눈동자가 미세하게 흔들렸다. "네가... 그동안 혼자 그림 그리는 걸 좋아한다고 생각했는데."

그 말에 담긴 의미를 알 것 같았다. 우리는 늘 서로의 공간을 지켜주었다. 하지만 오늘, 그 경계가 조금 흐트러진 것이다.

바람이 불어와 스케치북의 페이지를 살짝 들썩였다. 엘리가 보았던 그림이 다시 눈앞에 나타났다. 렌은 그 그림을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한숨을 내쉬었다.침묵이 길어졌다. 렌은 여전히 책장에 기대어 서 있었고, 나는 그의 한숨에 담긴 의미를 해석하려 애쓰고 있었다. 우리 사이에 흐르는 이 긴장감이 낯설었다.

"네 그림이..." 렌이 마침내 입을 열었다. "전과 달라 보여."

나는 스케치북을 바라보았다. 확실히 평소와는 다른 무언가가 있었다. 빛과 그림자를 그리던 내 손길이 조금 더 부드러워진 것일까.

"그러게." 내가 작게 대답했다.

렌이 천천히 내 옆으로 다가왔다. 그가 주저하며 자리에 앉았을 때, 나는 그의 어깨에 서려있는 긴장감을 느낄 수 있었다.

"지우야..." 렌의 목소리가 떨렸다. "우리... 계속 이렇게 지낼 수 있을까?"

그 질문에 담긴 무게가 가슴을 짓눌렀다. 대답하려 했지만, 목구멍까지 올라온 말들이 제대로 형태를 갖추지 못했다.

창밖에서 새가 날아가는 것이 보였다. 구름 사이로 비치는 햇살이 점점 희미해지고 있었다. 우리의 그림자도 조금씩 길어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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