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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isode 3

3화. 작은 도서부의 비밀

lovely soogi

방과 후, 교실이 하나 둘 비어가고 있었다.
윤호는 여느 때처럼 가방을 챙겨 복도로 나가려던 참이었다.
그런데 어디선가, 조용한 피아노 선율이 흘러나왔다.
분명히 학교 어딘가에서 나는 소리였다.

귀를 기울인 끝에, 그는 도서부실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살짝 열린 문틈 사이로 희미한 햇빛이 비쳐 나오고,

먼지 낀 유리창을 통해 한 소녀의 그림자가 어른거렸다.

나예였다.

도서부실은 작고 오래된 공간이었다.
책장은 허리를 숙여야 통과할 만큼 낮았고, 책등은 대부분 누렇게 바랬다.
그러나 그 안은, 놀랍게도 살아 있었다.
책상 위엔 라일락이 한 송이 놓여 있었고, 낡은 녹음기에서 조용한 클래식이 흘렀다.
그녀는 그 한가운데 앉아, 연필로 무언가를 적고 있었다.

윤호가 조심스레 문을 열었다.
문에 달린 작은 종소리가 “딸랑” 하고 울렸다.
나예가 고개를 들었다.
놀라진 않았다. 다만, 잠시 정적이 흘렀다.

“여기… 혼자 있어도 돼?” 윤호가 물었다.

나예는 고개를 끄덕이며 조용히 자리를 내주었다.
“여긴… 내가 숨는 곳이야.”

“숨는 곳?”

“응. 사람들한테서. 시끄러운 말들, 너무 빠른 눈빛들… 그런 게 버거운 날엔 여기에 있어.
여긴 내가 좋아하는 것만 있어. 글, 음악, 그리고…”

말을 흐린 그녀는 시선을 피했다.
윤호는 묻지 않았다. 대신, 그녀 옆에 앉아 천천히 주변을 둘러보았다.

책상 위의 수첩엔 시의 일부가 적혀 있었다.

“세상에 말 못할 마음이 너무 많아질 땐,
나는 종이에게 말을 걸어.
아무 말 없이도 다 들어주는 친구처럼.”

그날, 윤호는 처음으로 나예와 나란히 앉아 책을 읽었다.
서로 말은 없었지만, 이상하게도 마음은 조용히 흘렀다.
시간은 천천히, 그리고 따뜻하게 흘러갔다.

밖에서는 또다시 비가 오기 시작했다.
그 순간, 나예가 작은 라일락 빛 우산을 내밀었다.

“같이 갈래? 이번엔… 내가 먼저.”

윤호는 고개를 끄덕이며 우산 아래로 들어갔다.
그들의 그림자가, 비 오는 복도를 따라 나란히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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