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화. 비 오는 날의 졸업식
lovely soogi
졸업식 당일,
하늘은 어김없이 비를 내렸다.
학교 정문 앞, 축하 화환들 위로
작은 빗방울이 톡톡 떨어졌고,
교정 안은 어딘가 조용하고 뿌연 안개처럼 흐려 있었다.
나예는 검은색 졸업 가운 위에
얇은 회색 가디건을 걸치고,
작은 투명 우산을 들고 있었다.
윤호는 운동장 한가운데 서 있었다.
우산도 없이,
졸업 앨범을 꼭 끌어안은 채.
“바보야, 왜 우산 안 써?”
나예가 다가와, 조용히 자신의 우산을 윤호 위로 들이댔다.
“그냥… 비 맞고 싶었어.”
“…왜?”
“이 비가 마지막 우리 같아서.”
나예는 아무 말 없이 그의 손을 잡았다.
“우린 끝나는 게 아니라니까.
다음 계절로 가는 거야, 너 말대로.”
졸업식이 끝난 후,
도서부실엔 아무도 없었다.
두 사람은 마지막으로 그곳을 찾았다.
자신들이 처음 마주했던 공간.
함께 웃고, 울고, 조용히 앉아 있던 시간들.
책상 위엔 말라버린 라일락이 여전히 놓여 있었다.
나예가 그것을 살며시 집어 윤호의 손에 올려놓았다.
“이 꽃, 봄이 되면 또 피겠지?”
윤호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래서 난, 봄이 기다려져.”
나예는 조심스레 가방에서 흰색 편지 봉투를 꺼냈다.
“여기, 마지막 편지.
근데 이건 나중에 봐줘.
딱, 봄이 시작되는 날.”
윤호는 아무 말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학교를 나서며
비는 조금씩 잦아들고 있었다.
신호등 앞, 윤호가 나예에게 물었다.
“혹시 우리가 다른 고등학교로 가게 돼도…
가끔, 이 거리에서 마주칠 수 있을까?”
나예는 망설임 없이 말했다.
“그럼, 약속하자.”
그리고 손가락을 내밀었다.
“비 오는 날엔, 무조건 이 길에 서 있을 거야.
그럼 너랑 다시 마주칠 수 있겠지.”
윤호는 작게 웃으며 그 약속에 손가락을 걸었다.
그날, 비 오는 졸업식이 끝난 오후.
그들은 각자의 길을 향해 걸어갔다.
그러나 마음속에는 같은 기억 한 페이지가
조용히, 그리고 오래 남아 있었다.
“우산을 나눠 썼던 날,
그건 사랑이었다.”
17화. 노을 아래, 손을 잡다
에필로그 1화. 봄이 오면, 다시 읽는 편지
비오는 날의 라일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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