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으로 건너뛰기
Episode 12

12화. 편지의 계절

lovely soogi

여름방학이 시작된 첫 주 월요일,
윤호는 책상 위에 편지지와 펜을 꺼냈다.
나예가 순천으로 떠난 그날 이후,
마치 공기 중에서 그녀의 온기를 잃은 듯
모든 것이 조용하고 낯설었다.

그는 천천히 첫 문장을 적기 시작했다.

_ 나예야,

잘 도착했어?
나는 여전히 네 자리 비어 있는 교실이 어색해.
그런데 이상하지…
너 없는 풍경에서도 자꾸 네가 보여._

그렇게 그는 편지를 접고, 봉투에 넣고, 우체통에 넣었다.
누군가에게 마음을 띄우는 일이 이렇게 조심스럽고 절박할 줄은 몰랐다.

며칠 후, 답장이 도착했다.
노란색 봉투에, 둥근 손글씨.

_ 윤호야,

여기는 공기가 맑아.
밤에는 풀벌레 소리가 너무 커서 잠이 잘 안 와.
너랑 도서부실에 있었던 시간들이 그립고,
그 조용한 공간이 내 마음 안에 그대로 살아 있어._

윤호는 책상 앞에서 조용히 미소 지었다.
그리고 그날 밤, 두 번째 편지를 썼다.

그렇게 두 사람은 일주일에 두 번씩,
편지를 주고받았다.

오늘은 비가 왔어.
라일락은 없었지만, 우산 아래 너랑 있었던 날이 생각났어.

_ 너랑 나눈 시 중에 하나를 다시 써봤어.

“네가 없는 풍경 속에서
나는 너를 가장 또렷하게 그린다.” _

가끔은, 편지보다 네 목소리를 듣고 싶어져.
그렇지만 지금 이 간격도 소중해.
기다리는 마음이, 네 자리를 더 또렷하게 해주니까.

여름 중반이 지나갈 무렵,
윤호는 짧은 쪽지를 한 장 더 넣었다.

다음 주에, 서울로 돌아온다고 했지?
혹시,
우리가 다시 처음처럼 만나게 된다면
너는 웃으면서 “잘 지냈어?”라고 말해줄래?

그리고 그 아래, 아주 작고 단정하게
“보고 싶어.”
라는 한 줄을 적었다.

11화. 그 여름이 오기 전
Previous episode

11화. 그 여름이 오기 전

Up next
13화. 다시 만나는 날엔
View Next Episode

13화. 다시 만나는 날엔

비오는 날의 라일락

+ 6

비오는 날의 라일락's Story Chat

Want to chat with 김윤호?Chat with this story's characters — an AI conversation in their own voice.
message icon

More episodes

View More
비오는 날의 라일락top serial

비오는 날의 라일락

lovely soog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