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화
rich European hogger 3
성벽도시의 광장은 언제나처럼 차갑고 음울했다. 감시 드론이 머리 위를 지나갈 때마다 내 등줄기가 서늘해졌다. 초록빛을 잃은 하늘은 마치 오래된 흑백사진처럼 색을 잃어가고 있었고, 그 아래서 나는 임무 수행을 위해 서 있었다.
"강 조종사, 확인 바랍니다."
귓속의 이어피스에서 조비서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무의식적으로 목을 가다듬었다. 열두 해 동안 이 자리에서 같은 임무를 수행해왔지만, 오늘따라 모든 것이 낯설게 느껴졌다.
"네, 확인했습니다."
광장 주변으로 늘어선 시민들의 얼굴에는 감정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었다. 매일 아침 같은 시간에 광장에 모여 제국의 힘을 목도하는 것이 그들의 의무였다. 나의 의무이기도 했다. 하지만 오늘은 그들의 공허한 눈빛이 마음 깊숙한 곳을 파고들었다.
"3분 후 시작입니다. 준비해주십시오."
조종석에 앉아 계기판을 확인하는 동안, 아버지의 말씀이 귓가에 맴돌았다. '태민아, 네가 하는 일은 조국을 위한 거야. 절대 잊지 마라.' 그 말씀대로 살아왔다. 의심하지 않았다. 그런데 왜일까. 요즘 들어 이상한 생각이 자꾸 머릿속을 헤집어놓는다.
광장 위로 거대한 홀로그램이 펼쳐졌다. 제국의 상징, 붉은 매가 하늘을 가르며 날아오르는 모습이었다. 내 임무는 간단했다. 특수 제작된 전투기로 그 홀로그램과 완벽하게 일치하는 비행을 선보이는 것. 제국의 위엄을 시민들의 가슴에 새기는 의식이었다.
"시작합니다."
엔진에 시동을 걸자 익숙한 진동이 전해졌다. 하지만 평소와는 다른 묵직한 감각이 가슴을 짓눌렀다. 활주로를 달리기 시작하는 순간, 저 멀리 성벽 너머로 보이는 희미한 빛줄기가 내 시선을 붙잡았다. 그곳에는 무엇이 있을까. 우리가 알지 못하는, 혹은 알아서는 안 되는 무언가가.
"강 조종사, 고도 유지해주십시오. 벗어나고 있습니다."
조비서의 날카로운 목소리에 정신을 차렸다. 고도계를 확인하니 예정된 경로에서 살짝 벗어나 있었다. 재빨리 방향을 조정했지만, 내 마음속 흔들림은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활주로를 달리는 전투기의 속도가 점점 더해갔다. 이륙 순간의 압박감이 몸을 짓눌렀지만, 그보다 더 무거운 것이 가슴 한켠을 짓누르고 있었다. 매일 같은 시간, 같은 장소에서 수천 번도 더 해온 비행이었다. 하지만 오늘은 달랐다.
"고도 500피트 도달. 첫 번째 시퀀스 시작하십시오."
조비서의 기계적인 목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기체를 부드럽게 좌측으로 기울이며 홀로그램의 붉은 매를 따라 선회를 시작했다. 창 밖으로 보이는 광장의 모습이 천천히 회전했다. 수천 명의 시민들이 마치 하나의 거대한 회색 물결처럼 보였다.
"두 번째 시퀀스까지 15초."
순간 내 시선이 광장 가장자리에 있는 한 소녀에게 멈췄다. 다른 이들과 달리 그녀는 고개를 들어 하늘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리고... 미소짓고 있었다. 12년 동안 이 의식에서 누군가가 미소짓는 것을 본 적이 없었다.
"강 조종사, 응답하십시오. 두 번째 시퀀스 진입해야 합니다."
손가락이 조종간을 움켜쥐었다. 심장이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 그 소녀의 미소가 내 머릿속에서 지워지지 않았다. 마치 오래전 잊고 있던 무언가를 일깨우는 것 같았다.
"강 조종사!"
나는 깊게 숨을 들이마시며 조종간을 당겼다. 기체가 상승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내 손끝은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1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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