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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isode 1

1화

rich European hogger 3

성벽도시의 광장은 언제나처럼 차갑고 음울했다. 회색빛 하늘 아래 우뚝 솟은 건물들이 마치 감옥의 벽처럼 나를 둘러싸고 있었다. 순찰 비행을 마치고 착륙한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여전히 귓가에는 엔진 소리가 맴돌았다.


"태민 씨, 오늘도 수고하셨습니다."


관제탑에서 내려온 김과장이 형식적인 인사를 건넸다. 나는 고개를 가볍게 끄덕이며 조종사 수첩에 오늘의 비행 기록을 적어 내려갔다. 잉크가 종이에 스며드는 동안, 머릿속에서는 아까 본 광경이 자꾸만 떠올랐다.


순찰 중에 목격한 시민들의 모습은 마치 흑백 영화 속 엑스트라처럼 생기가 없었다. 똑같은 회색 작업복을 입은 그들은 정해진 시간에 맞춰 정해진 길을 걸어갔다. 누구도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지 않았다. 내가 조종하는 순찰기가 지나가도, 그들의 표정은 변함이 없었다.


"드론 감시 보고서는 언제쯤 올라올까요?"


김과장의 목소리에 잠시 생각에서 벗어났다. 고개를 들어보니 광장 위로 검은 드론들이 끊임없이 날아다니고 있었다. 마치 독수리떼처럼 도시를 감시하는 그것들을 보며 왠지 모를 불편함이 스쳐 지나갔다.


"곧 정리해서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형식적인 대답을 하면서도, 가슴 한켠이 묵직하게 눌렸다. 32년을 살아오면서 한 번도 의심해본 적 없는 일상이, 오늘따라 유난히 낯설게 느껴졌다.


광장 한켠에 설치된 대형 스크린에서는 늘 그렇듯 애국 선전물이 반복 재생되고 있었다. "우리의 성벽도시는 안전합니다. 시민 여러분의 행복을 위해 정부는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기계적인 내레이션이 울려 퍼졌다.


제복 왼쪽 가슴에 달린 조종사 뱃지가 무겁게 느껴졌다. 아버지는 늘 이 뱃지야말로 내 자부심이어야 한다고 말씀하셨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 그 무게는 자부심보다는 무언가 다른 감정으로 다가왔다.


머리 위로 또 한 대의 드론이 윙윙거리며 지나갔다. 나도 모르게 어깨가 움츠러들었다. 누군가 나를 지켜보고 있다는 느낌, 아니 어쩌면 우리 모두를 감시하고 있다는 느낌이 등골을 서늘하게 했다.


광장을 가로지르는 시민들 사이로 한 여자아이가 눈에 띄었다. 유독 밝은 색 리본을 단 그 아이만이 하늘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순간 아이와 눈이 마주쳤고, 그 맑은 눈동자에 비친 나의 모습이 낯설게 느껴졌다.


조종사 수첩을 주머니에 넣으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언제부터 이렇게 되었을까? 언제부터 하늘을 올려다보는 것조차 잊어버렸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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