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화_ 살인 사건과 단서
소럴로소
오늘은 유난히 침대에서 일어나기가 힘들었다.
머리는 무겁게 가라앉고, 나는 이불 속으로 더 깊이 파고들었다.
기숙사 창문 너머로 옅은 겨울 아침빛이 스며드는데, 세상은 여전히 조용하다.
알람 소리도, 복도에서 들리던 분주한 발걸음도 없다.
시간은 조금씩 앞으로 흐르고 있지만, 나는 괜히 크고 느린 숨을 한 번 내쉰다.
“하아암...”
손끝이 시리다.
오른손 안에는 이곳에 온 첫날 밤부터 무려 2년 동안 가지고 있던 체스의 ‘하얀 나이트’ 말이 그대로 쥐어져 있다.
단단한 곡선을 천천히 더듬는다. 아직 손바닥에 남아 있는 체온을 느끼고 싶은 건지,
왠지 모르게 이 작은 말이 지금 나를 현실에 붙잡아 두고 있는 것만 같다.
침대 머리 협탁 위엔 어젯밤 복도에서 주운 쪽지가 그대로 놓여 있다.
숫자와 라틴어가 뒤섞인 수수께끼. 아직 해독하지 못한 기호들.
시계 초침은 조용히 흘러가는데, 머릿속엔 어젯밤 복도의 어둠,
그 속에서 풍기던 익숙한 냄새, 그리고 마틸다의 낮은 목소리가 잔상처럼 맴돌고 있다.
나는 이불 속에서 휴대폰을 꺼내, 어설프게 잠금을 해제한다.
학생회 채널에 루이의 공지 알림이 하나 올라와 있다.
평소보다도 더 간결하고, 마치 문장이 반으로 잘려나간 듯 딱딱하다.
긴급 미팅 소집. 출입 제한 강화.
그리고—‘기밀 사건 관련 문의 금지’
늘 완벽하게 제어되어 있던 루이의 문장.
하지만 오늘은 어딘가 모르게 무너진 결이 느껴진다.
나는 천천히 몸을 뒤척였다.
천장에 박힌 미세한 균열이 오늘따라 유독 선명하게 보인다.
모든 것이 질서정연해 보이지만, 그 안에는 분명 작은 금이 가고 있다.
왼손으로 체스말을 굴린다. 달그락—작은 소음.
그때, 조용하던 방 안에 휴대폰 진동이 울렸다.
발신 번호 표시 제한.
화면엔 이름도, 아이콘도 뜨지 않는다.
나는 손끝에 힘을 주고, 조용히 숨을 들이쉰다.
받을까, 아니면 이대로—
“위이잉~!”
기숙사 방송이 들려왔다.
“아, 아. 교내 기숙사에 있는 학생들은 모두 밖으로 나오지 마시길 바랍니다.
다시 한 번 알려드립니다. 교내 기숙사의 모든 학생들은...”
왜지?
나는 다시 핸드폰을 바라봤다.
전화는 아직도 계속 울리고 있었다.
조심스럽게, 통화 버튼을 눌렀다.
“여보세요.”
“…살인 사건 발생입니다. 피해자는 거대 조직의 보스입니다. 그럼 이만.”
뚝.
전화는 단 한 문장을 남기고 곧장 끊겼다.
화면엔 일그러진 통화 종료 아이콘이 짧게 깜빡였다.
기숙사 방송은 계속 흘러나오고 있지만,
그 순간 내 안에서 뭔가가 냉기처럼 가라앉았다.
살인 사건. 그리고 피해자?
‘거대 조직의 보스’ 라니—
이곳, 아카데미아의 금단의 영역이
갑작스레 진짜 ‘피’와 ‘이름’으로 물들기 시작했다.
손끝에 땀이 맺혔다.
나는 나이트 말을 더 세게 쥐었다. 단단한 나무 재질 너머로,
새벽의 미묘한 떨림이 전해져 온다.
곧이어 복도에서 누군가 문을 두드렸다.
두 번.
잠시 멈췄다가 다시 한 번.
리듬도 방향도 익숙하지 않다.
어딘가 불규칙하고 조심스러운 두드림.
방 안의 공기는 갑자기 무거워졌다.
나는 숨을 죽이고, 조용히 문 쪽을 바라봤다.
기숙사는 엄격하게 출입이 통제된 곳이다.
게다가 이런 시간에, 누가 일부러 문을 두드릴까?
휴대폰을 내려놓고, 침대에서 천천히 몸을 일으킨다.
이불이 바닥을 스치며 작은 소음을 낸다.
책상 위, 아직 해독하지 못한 라틴어와 숫자들이 흐트러진 채 흩어져 있다.
가슴께를 스치는, 설명할 수 없는 불안.
그리고 다시 들리는 노크.
이번엔 마치 암호처럼, 더 조심스럽고 느리게 반복된다.
창밖으로 하얀 서리와 함께 희뿌연 겨울빛이 번진다.
오늘 아침은 확실히, 무언가 다르다.
나는 체스 나이트 말을 손에 꼭 쥔 채 잠시 망설였다.
그리고 한 걸음—문을 향해 내딛는다.
그 경계 위에서, 심장이 크게 뛴다.
이번에는 누가, 어떤 의미로 나를 찾아온 걸까.
문 앞까지 다가서니, 노크 소리가 멈췄다.
복도 저편에서 누군가의 발소리가 조용히 사라지는 듯 했다가, 다시, 문 너머엔 눌린 숨결만이 흐른다.
나는 잠시 손등에 흐르는 맥박을 느꼈다.
손잡이 위에 남은 체스말의 차가운 곡선.
문의 옆, 좁은 매트 위에는 아직까지 희미하게 어제의 먼지 냄새가 맴돌고 있다.
심호흡을 한 번 더.
조용히 문고리를 잡았다. 걸쇠에 걸린 미세한 마찰음이 귀를 때린다.
“誰かがいますか?” 속삭이듯 목소리를 낸다.
대답은 없다. 대신 문 아래로 종이 한 장이 밀려들어온다.
복도와 방 사이의 골이 잠깐 열리며, 찬바람이 스쳤다. 잠시 뒤, 기숙사 방송의 웅성거림이 멀어지고, 이 작은 공간 안엔 오직 내 숨소리와 종이의 질감뿐이다.
서둘러 종이를 집어 들었다.
---------------------------------------------------------------------------------------------------
' XZ QB XZ / MN / PV LR / GT / HF SE WD / ZT YQ / GT / LR KF JM / BV / PL CX '
(ヒント)
'( / )は単語の区切り'
'2文字のアルファベットは日本語の音節を意味します'
(パスワード音節)
XZ i
QB ta
MN wa
PV chi
LR ka
GT no
HF ki
SE ro
WD ku
ZT shi
YQ tsu
KF da
JM n
BV ni
PL a
CX ru
------------------------------------------------------------------------------------------------------
"......"
나는 종이를 몇 번이고 뒤집었다가 다시 펴본다.
낮은 한숨이 새어나왔다.
파스텔빛 겨울 아침, 방 안에는 여전히 약간의 어둠과 미결의 긴장만이 떠다녔다.
손끝으로 종이 결을 짚는다. 메모 위에 짧게 번진 손끝의 온기가, 어딘가 익숙하다.
의도적으로 남겨진 암호.
누가 이런 걸 내 문 앞으로 두고 간 걸까? 마틸다일까, 아니면—누군가 완전히 새로운 존재?
나는 다시 한 번, 손안에 꼭 쥔 나이트 말을 굴린다. 단단한 나무의 감촉이 손바닥에 울린다.
천천히, 책상 쪽으로 걸음을 옮긴다.
의자에 앉아 노트를 펼쳐둔다. 쪽지는 노트 위에 자연스럽게 포갠다.
암호 표 아래, 일본어 음절 일람을 다시 한번 찬찬히 훑는다.
XZ… i.
QB… ta.
MN… wa.
종이 위 행마다, 천천히 대응해 일본어 소리를 적어가며 소리내어 읊는다.
“…i ta wa chi ka no ki ro ku shi tsu no ka da n ni a ru.”
숨소리가 조용히 끊긴다.
".......시체는......지하 기록실의......화단에 있다...?"
나는 그 자리에서 일어났다. 한 번 더, 노크 소리가 곁에 남은 듯 귀를 기울인다.
아직도 복도 너머엔 아무도 없는 듯하다.
기숙사 바깥 세계와 방 안의 공기가, 아직 완전히 이어지지 않았다.
휴대폰을 들어 어젯밤 공지 메시지를 다시 훑는다.
살인사건,
문의 금지.
나는 천천히 숨을 몰아쉰다.
창밖에서, 멀리 눈송이들이 느리게 흩날리고 있다.
햇살이 조각조각 스며들며 책상 위 쪽지의 가장자리를 은은하게 비춘다.
그 그림자를 따라 손가락을 뻗었다.
문득, 누군가의 낮은 목소리가 귓가에 아른거렸다.
“진짜 문제는, 시스템 내부에서 비롯된다.”
불현듯, 종이와 데이터, 그리고 현실의 경계가 한순간 흐릿해진다.
나는 암호의 마지막 행을 다시 바라본다.
체스의 말, 잊혀진 기록, 이름 없는 폐쇄 공간.
모든 것이—점점 더 날카롭고, 실체 없는 의심으로 이어진다.
노크 소리가 다시 한 번, 짧게 울린다.
이전과는 다른, 급작스럽고 날카로운 두드림이다.
이번에는 확실히 누군가가, 그 문 너머 바로 앞에 있다.
손끝이 떨린다.
조심스럽게 숨을 고른다.
그리고 천천히—나는 문고리를 돌릴 준비를 한다.
"끼이익"
걸쇠가 느리게 돌아가는 소리가 방 안의 고요를 갈라놓는다.
문틈 너머에서 스며오는 찬 겨울 공기에, 잠시 눈이 시큰거렸다.
미묘하게 흔들리는 체스 나이트 말을 다시 한 번 꽉 쥔 채, 나는 천천히 문을 열었다.
문은 생각보다 천천히, 마치 경계하는 듯 삐걱이면서 열렸다.
“…아키토.”
눈앞엔 한 사람이 서 있다.
짙은 회색 머플러에 얼굴을 절반쯤 묻은 학생, 익숙한 실루엣.
오른손은 바지주머니에 들어가 있고, 왼손엔 작은 봉투 하나가 들려 있다.
익숙하고도 낯선 그림자—루이 드랑블루였다.
그는 평소의 완벽하게 단정한 모습과 달리, 오늘만큼은 다소 어수선해 보였다.
머플러 주변엔 미세하게 풀린 실밥, 손가락 마디에는 희미한 상처 자국.
그럼에도, 시선만큼은 여전히 또렷하고 냉정하게 나를 꿰뚫었다.
“이른 시간에 실례. 네 방 앞에 뭔가를 남긴 사람이 있다는 제보가 들어와서.”
루이의 목소리는 담담했지만, 말끝에 극히 미묘한 피로가 엿보였다.
나는 문을 반쯤 연 채로 침묵했다.
그가 잠시 내 시선을 똑바로 마주했다가, 내 손에 쥔 종이와 체스 말을 흘긋 내려다본다.
“혹시… 수상한 쪽지를 받았어?”
순간, 머릿속으로 방금 전 해독한 음절과 단어들이 번쩍 스쳐 지나간다.
이곳, 누구든 쉽게 이런 내용에 접근할 수 있는 자는 거의 없다.
나는 한 박자 늦게 고개를 끄덕였다.
“응, 누군가 두 번 노크하고, 이걸 밀어넣고 갔어.”
나는 종이를 펼쳐 루이에게 잠깐 내보였다.
그 순간, 그의 눈동자가 아주 미세하게 흔들렸다. 그러나 곧 표정을 다잡았다.
“아마… 아, 이게 그거인가.”
그는 낮게 속삭였다.
“오늘 아침, 정체 불명의 핏자국이 학교 교장실에서 지하실까지 이어져 있는게 발견되었어."
"하지만 누구의 혈액인지, 시신은 어디에 있는지 모른다더군.
출혈량으로 분석했을 때는 자상에 의한 과다출혈이고."
순간적으로 나의 등줄기를 타고 한기가 훑고 지나간다.
"그리고, 이건 이 사태를 아는 누군가의 짓이겠지."
루이가 의문의 쪽지를 가르키며 날카롭게 말했다.
공기가 잠깐, 숨을 멈춘 것처럼 고요하게 굳는다.
그 속에—확실히, 진짜 정보가 숨어 있는 것이 분명하다.

5화_《태엽은 거꾸로 감긴다》

7화_추정과 사실
아카데미아의 검은 체스판(1)
아카데미아의 검은 체스판's Story Chat
Want to chat with 시라이시 아키토?Chat with this story's characters — an AI conversation in their own voic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