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lot Synopsis
서울 한복판이 폐허로 변한 지도 몇 달, 윤서현은 혼자 교실에 남아 출산을 앞두고 있다. 창밖으로 보이는 교정은 좀비 무리로 가득 차 있고, 교실 안의 시간은 멈춘 듯하다. 서현은 배 속의 아이에게 중얼거리듯 시를 읊는다. “여기, 너와 나, 피로 물든 교실에서.” 그녀는 이 공간이 한때 친구들과 책상을 맞대던 곳이었음을 떠올린다. 하지만 서현에게 그 시절은 이미 오래전의 꿈 같고, 지금은 세상에 오직 자신과 아이밖에 남지 않은 듯한 고립감에 시달린다. 그녀의 가장 큰 동기는 단순한 생존이 아니라, “이 아이를 반드시 살려야 한다”는 처절한 책임감이다. 그건 세상이 무너진 뒤에도 남은, 유일하게 자신을 움직이게 하는 불씨였다.
서현이 진통의 징후를 느끼며 벽에 기대 숨을 고르고 있을 때, 교실 밖에서 미약한 인기척이 들린다. 그 인기척의 주인공은 강도윤과 그가 이끄는 자경단 일부, 그리고 의무실을 근거지로 삼은 아미나다. 도윤은 무리를 이끌고 교내를 수색하던 중, 서현이 살아 있음을 알아채고, 현실적인 판단 아래 그녀를 “짐”이자 “위험 요소”로 간주한다. 아미나는 서현을 구하려 하지만, 도윤은 아이를 출산할 경우 좀비를 유인할 위험이 크다고 경고한다. 서현은 처음엔 이들과의 동맹을 거부하지만, 점점 심해지는 진통과 생존의 벼랑 끝에서, 어쩔 수 없이 손을 잡는다. 모두가 각자의 이해관계로 얽혀 있는 동맹은, 시작부터 불안하게 삐걱거린다.
생존자들은 좀비 무리를 피해 학교 내 ‘안전 구역’을 확보하고, 출산 계획을 세운다. 하지만 도윤은 언제든 위험이 닥치면 서현과 아이를 두고 떠날 결심을 굳힌다. 아미나는 그런 도윤의 냉혹함에 분노하면서도, 자신이 아니면 서현을 도울 사람이 없다는 사명감에 흔들린다. 서현은 자신이 모두에게 짐이 되는 건 아닌지 자책하면서도, 아이를 위해서라면 무슨 일이든 하겠다는 다짐으로 버틴다. 출산 준비 과정에서 세 사람은 서로의 상처와 두려움을 조금씩 드러낸다. 서현은 과거 이 학교에서 겪었던 첫사랑의 아픔—자신을 지키지 못한 죄책감과 용서받지 못한 감정—을 토로하고, 도윤은 한때 제자였던 아이들을 구하지 못한 책임감에 시달린다고 털어놓는다. 아미나는 소말리아에서 가족을 잃은 경험과, 그러나 그럼에도 누군가를 살릴 수 있을 때 희망을 느낀다는 신념을 고백한다.
그러던 중, 학교 내부에서 좀비에 감염된 채 숨어 지내던 다른 생존자 무리가 발견된다. 이들은 서현의 임신 사실을 알게 되자, 출산 소리가 좀비를 유인할 거라며 그녀를 내쫓으려 한다. 도윤은 무리의 리더다운 냉정함으로 서현을 지키려 하지만, 동시에 “무리의 안전이 최우선”이라는 논리에 흔들린다. 아미나는 끝까지 서현 편에 서며 “한 명을 버리면, 다음엔 우리 모두가 버려질 뿐”이라며 맞선다. 서현은 갈등 속에서, 과거 첫사랑과 나눈 약속—“언젠가 네가 가장 필요할 때, 나는 네 곁에 있을게”—를 떠올린다. 그러나 그 첫사랑은 이미 좀비가 되어 이 학교 어딘가를 떠돌고 있음을, 서현은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그녀는 ‘무리’와 ‘아이’ 사이에서 선택을 강요받으며, 피할 수 없는 결정을 내려야 한다.
출산 예정일이 가까워오고, 학교 밖 좀비 무리가 급격히 늘어난다. 도윤은 “더 늦기 전에 아이를 두고 탈출하자”는 극단적 선택을 제안하고, 아미나는 끝까지 반대한다. 서현은 오랜 고립과 불안, 공포 끝에 처음으로 진심을 내비친다. “나는 내 아이를 버리지 않아. 그럴 바엔 여기서 끝낼 거야.” 그녀의 단호함에 도윤은 잠시 흔들리지만, 학교를 포위한 좀비들이 벽을 허물기 시작하자, 모두에게 남은 시간은 얼마 없다. 마지막 순간, 서현은 자신을 내쫓으려 했던 무리와 맞서며, “살아남는 것만이 인간다움이 아니야. 누군가를 지키는 게 인간이야”라고 외친다. 그 한 마디가, 도윤의 오래 굳어 있던 내면의 무엇을 부순다.
결국, 좀비들이 교실로 들이닥치는 혼돈 속에서 아미나는 서현의 출산을 돕고, 도윤은 무기를 들고 좀비 무리를 막아선다. 새벽이 밝아올 무렵, 교실은 피와 울음, 마지막 남은 인간성으로 얼룩진다. 도윤은 치명상을 입고, 아미나 역시 부상을 당한다. 서현은 마침내 아이를 품에 안지만, 주변은 이미 무너진 인간 사회의 잔해뿐이다. 도윤은 서현과 아이, 그리고 아미나를 남겨두고 좀비 떼를 유인해 스스로를 희생한다. 서현은, 피로 물든 교실에서 처음으로 아이에게 이름을 속삭인다—과거 첫사랑의 이름을 닮은, 그러나 새로운 희망의 의미를 담은 이름이다. 아미나와 서현, 그리고 갓 태어난 아이는, 한때 친구들과 나눴던 교실을 마지막으로 떠난다. 그들의 발걸음 뒤로, 부서진 학교와 좀비 무리, 그리고 잊힌 사랑의 기억이 조용히 사라진다. 살아남은 이들에게 남은 것은, 오직 인간답게 살고자 했던 선택의 흔적과, 아이의 울음소리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