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면 17]
파라곤 결선 리허설 무대 & 각 팀 대기실 – 결선 전날 밤
(리허설 무대, 강렬한 조명 아래. 도윤 팀의 멤버들이 땀에 젖은 채 서로를 바라본다. 무대 한쪽, 도윤은 손등으로 이마의 땀을 닦으며 멍하니 서 있다. 뒤에서 은호가 숨을 몰아쉬며 다가온다.)
은호
(목소리가 떨림)
형, 나... 내 파트 못할 것 같아. 목이 너무 잠겨서, 실수하면... 팀 망칠까봐.
(잠시 정적. 도윤, 무거운 표정으로 은호를 바라보다가 고개를 끄덕인다. 손목의 은팔찌가 조명에 반짝인다.)
이도윤
(천천히, 낮은 목소리)
괜찮아. 네 파트 내가...
(도윤이 말끝을 흐리는 순간, 지아가 도윤 앞을 가로막는다. 지아는 두 손을 허리춤에 얹고, 도윤을 빤히 본다.)
지아
잠깐만. 도윤아, 이번엔 그냥 네가 다 짊어지지 마.
(도윤, 당황한 눈빛. 동주가 조심스럽게 말을 보탠다.)
동주
우리, 다같이 얘기해보자. 어떻게든 방법 있을 거야. 이번 무대, 우리 모두 거는 거잖아.
(도윤, 미묘하게 굳어 있던 어깨가 풀린다. 조명이 약간 부드러워지고, 멤버들 사이의 거리감이 좁아진다.)
이도윤
(작게 한숨)
...그래. 그럼, 어떻게 하고 싶어?
(팀원들 각자 자기 노트를 꺼내보이며 의견을 내기 시작한다. 조명이 팀원들 얼굴 하나하나에 비친다. 각자의 손이 종이에, 휴대폰에, 허벅지에 불안하게 닿는다.)
지아
은호 파트, 내가 대신 불러볼 수 있을 것 같아. 고음은 힘들어도, 우리 합으로 커버하면 되지 않을까?
동주
그리고, 후렴 안무. 도윤이랑 나 둘이 바꿔서 해보자. 메인 센터, 꼭 리더가 설 필요는 없는 거잖아.
(도윤, 멍하니 동주를 바라보다가 피식 웃는다.)
이도윤
(속삭이듯)
이상하네... 내가 빠져도 무대가 굴러가는 느낌, 처음이네.
지아
(장난스럽게)
형, 원래 리더가 다 하는 무대면 그거, 완전 구식이야.
(모두 웃는다. 웃음 끝에 짧은 침묵. 도윤, 눈을 감았다 뜨며 고개를 숙인다.)
이도윤
(진심 어린 목소리)
고맙다, 진짜. 이번엔... 우리 무대 하자.
(팀원들, 손을 맞잡는다. 카메라가 천천히 그 손을 비춘다.)
cut to
(서진 팀 대기실. 좁고 복잡한 공간, 벽에 기대 앉은 팀원들. 분위기가 어색하다. 영민이 멍하니 바닥만 본다.)
영민
(작게)
나, 혹시 내 파트... 줄이는 거야?
(정적. 서진, 뭔가 말하려다 멈춘다. 대신, 항상 조용했던 현수가 먼저 입을 연다.)
현수
영민아, 우리 그냥 솔직하게 얘기해도 돼?
네 파트, 줄이는 게 아니라, 우리 다같이 합 맞춰보자는 거야.
혼자 하는 것보다, 이번엔 다같이 맞춰보고 싶어서.
(서진, 놀란 듯 현수를 본다. 입꼬리가 미세하게 올라간다.)
윤서진
(부드러운 목소리)
...그래. 이번엔 내가 정하는 거 없이, 다같이 해보자.
(멤버들이 조심스럽게 의견을 내놓기 시작한다. 누군가는 종이컵을 만지작, 누군가는 거울을 바라본다.)
영민
그럼, 내 파트는 어떻게...?
현수
(활짝 웃으며)
네가 잘하는 부분, 이번엔 네가 센터 서.
나랑 민규가 옆에서 받쳐줄게.
(서진, 조용히 팀원들을 바라본다. 어깨가 가볍게 내려간다.)
윤서진
(속삭이듯)
다들, 자기 자리에서 제일 빛나자.
오늘 밤만큼은, 우리 팀이니까.
(조명이 대기실을 따뜻하게 감싼다. 멤버들 시선이 하나로 모이고, 작은 미소와 고개 끄덕임이 이어진다.)
cut to
(도윤 팀, 밤늦은 무대 위. 팀원들이 새롭게 바뀐 동선과 안무를 맞춰본다. 도윤은 한 걸음 뒤에서 팀원들을 바라보고, 그 눈에 처음 보는 미소가 번진다. 각 팀의 리더들은 스스로 한발 물러서고, 무대 위엔 '우리'만의 새로운 에너지가 맴돈다.)
(카메라가 리허설 무대를 천천히 위에서 내려다본다. 빛이 퍼지며, 내일의 결선 무대를 예고하는 긴장과 설렘이 공간을 가득 채운다.)
페이드 아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