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면 17. 시립도서관 고문서 보관실 – 새벽
고문서 보관실. 벽돌과 오래된 종이 냄새, 희미한 형광등 불빛에 먼지 입자가 떠다닌다. 윤지와 세라, 리암이 각자 손에 단서를 쥐고, 낡은 시계 장치 앞에 선다. 세 사람의 얼굴엔 밤새 씨름한 감정의 흔적이 남아 있다.
윤지
(시계 장치를 뚫어지게 바라보다가, 이를 악문다)
…이거, 진짜 돌아가는 거 맞지? 장난 아니고?
세라
(단정한 정장 소매를 걷으며, 냉정하게)
확률은 반반. 하지만, 더 이상 뒤로 물러설 데 없잖아요.
(윤지의 손을 한번 스치듯 잡고, 단서를 시계 장치에 맞춘다)
리암
(조용히 라틴어 메모를 펼쳐든다. 목소리는 낮지만 단호하다)
“Tempus fugit, sed veritas manet.”
시간은 달아나도, 진실은 남는다…
(한숨을 내쉰 뒤, 세라와 윤지를 바라본다)
준비됐죠?
윤지
(잠시 시선을 피하다가, 고개를 끄덕인다)
이쯤에서 도망가면, 평생 후회할 거다.
(자신의 금속 조각을 천천히 끼워 넣는다)
세라
(입술을 앙다물고, 마지막 단서를 돌린다)
…끝까지 봐야죠. 설령, 우리가 감당 못 할 진실이라도.
순간, 시계 장치가 진동하며 불빛이 요동친다. 세 사람의 얼굴이 일그러지고, 공간이 비틀린다. 귀가 멍멍해지고, 바닥이 꺼지는 듯한 현기증—
컷 투
장면 18. 17년 전, 비 내리는 골목 어귀 – 새벽
윤지의 시야. 어두운 골목, 바닥엔 빗물이 고여 있다. 어린 시절 입었던 낡은 운동화, 손엔 오래된 우산. 그 앞, 또래의 실종아동이 우두커니 서 있다. 윤지는 숨이 턱 막힌다.
윤지
(속삭이듯, 숨을 들이쉰다. 손이 떨린다)
…거짓말이지.
(어린아이를 향해 조심스럽게 다가간다)
너… 여기서 뭐 해?
(아이와 눈이 마주치자, 죄책감에 고개를 숙인다)
장면 19. 보험회사 사무실 – 이른 아침
세라, 12년 전의 단정한 사원복 차림. 고개를 들어, 유리창 너머로 비 내리는 도시를 바라본다. 책상 위엔 실종아동 보험 서류가 펼쳐져 있다.
상사(오프):
“장 사원, 이건 네가 직접 처리해. 실수 없게.”
세라
(서류를 덮으며, 손끝이 미세하게 떨린다. 스스로에게 중얼)
…이 한 장이, 누군가의 전부였는데.
(창밖으로 시선을 멀리 던진다)
장면 20. 도서관 복도 – 새벽
리암, 17년 전의 학생 신분. 복도 끝에 아버지가 서 있다. 리암은 망설이다가, 천천히 다가간다.
아버지
(등을 돌린 채, 낮은 목소리)
“리암아, 기록이란 건… 때로는 아무도 원하지 않는 진실을 남긴다.”
리암
(숨을 삼키며, 아버지의 손에 쪽지를 쥐여준다)
아버지, 이건… 그날 봤던 거예요.
(아버지의 눈빛을 마주하려 하지만, 끝내 시선을 피한다)
장면 21. 골목 어귀 – 이어서
윤지, 실종아동과 마주한 채 얼어붙는다. 아이의 손에, 17년 뒤에야 발견될 단서(금속 조각)가 쥐어져 있다.
윤지
(입술을 깨물며, 눈이 젖는다)
…내가, 너를…
(말을 잇지 못하고, 손을 뻗는다)
장면 22. 도서관 복도 – 이어서
리암, 아버지의 손에서 과거의 기록을 되찾는다. 동시에 바닥에 떨어진 라틴어 메모를 본다.
리암
(메모를 주워, 떨리는 손으로 읽는다)
“Fatum mutantur. 운명이 변한다…”
장면 23. 보험회사 사무실 – 이어서
세라, 창밖을 응시하다가, 사무실 구석에서 누군가의 그림자를 본다. 그 그림자, 미래의 범인과 닮아 있다.
세라
(숨을 몰아쉬며, 결연하게 자리에서 일어난다)
…이번엔, 놓치지 않아.
장면 24. 골목 어귀 – 세 사람이 다시 모인다
비 내리는 골목, 각자의 단서를 손에 쥔 채, 윤지, 세라, 리암이 서로를 찾아 모인다.
세 사람, 젖은 머리칼과 옷차림, 각자의 상처와 흔들림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누구도 먼저 말을 꺼내지 못한다. 빗소리만이 공간을 채운다.
윤지
(천천히 숨을 내쉬며)
이제… 어떡할래.
리암
(조용히, 그러나 단호하게)
우린 이미, 시간의 흐름을 건드렸어요.
이제, 끝까지 가야죠.
세라
(고개를 끄덕이며)
후회 없게. 이번엔, 우리가 결정한다.
화면, 세 사람의 단호한 눈빛을 클로즈업. 번지는 빗방울 너머, 골목 어귀에 또 다른 단서가 어렴풋이 빛난다.
컷 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