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lot Synopsis
한때 강남의 잘나가는 투자자였던 김윤슬은 코인 폭락으로 전 재산을 잃고 절망의 나락으로 떨어진다. 사별한 남편의 유산까지 모두 날린 채 텅 빈 오피스텔에 홀로 남은 그녀는 우연히 인터넷에서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나라, 덴마크로 떠나세요’라는 저가 이민 브로커의 광고를 발견한다. 비슷한 시기, 아이돌 데뷔가 무산된 후 배달 아르바이트로 근근이 살아가던 스물네 살 재현 역시 같은 광고를 보고 마지막 희망을 건다. 화려한 무대 대신 어두운 골목을 누비며 배달통을 짊어지던 그는, ‘행복’이라는 막연한 단어에 모든 것을 걸기로 결심한다. 인천공항에서 처음 만난 두 사람은 어색한 침묵 속에서 서로의 처지를 짐작하며, 각자의 마지막 돈을 그러모아 덴마크행 비행기에 오른다. 그들이 도착한 곳은 동화 같은 코펜하겐이 아닌, 끝없는 평야와 풍력 발전기만이 듬성듬성 서 있는 덴마크의 한적한 시골 마을이었다.
그들이 배정받은 일은 거대한 돼지 농장에서의 분뇨 처리와 사료 배급이었다. 세련된 옷차림과 완벽한 세팅을 고수하던 윤슬은 생전 처음 입어보는 작업복과 고무장화 차림으로 돼지들의 오물과 씨름해야 했고, 아이돌 연습생 시절 몸에 밴 깔끔함이 전부였던 재현 역시 지독한 냄새와 고된 육체노동에 첫날부터 녹다운된다. 그들이 꿈꿨던 ‘행복한 나라’의 모습은 어디에도 없었다. 그저 낯선 언어와 혹독한 노동, 그리고 깊어지는 외로움만이 존재할 뿐이었다. 윤슬은 과거의 영광을 떠올리며 이따금 눈물을 훔쳤고, 재현은 자신이 도망쳐온 서울의 삶과 이곳의 삶이 과연 무엇이 다른지 끊임없이 되물었다. 그들의 유일한 안식처는 낡은 트레일러 숙소에서 함께 마시는 값싼 맥주 한 캔과, 서툰 영어로 나누는 위로뿐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농장의 돼지 한 마리가 심한 탈장 증세를 보이며 쓰러진다. 농장주는 안락사를 권하지만, 윤슬은 죽어가는 돼지에게서 모든 것을 잃은 자신의 모습을 겹쳐보며 필사적으로 반대한다. 그녀는 수소문 끝에 이웃 마을의 유일한 동물병원 수의사, 카밀라 바레라를 찾아간다. 아르헨티나 출신의 이민자인 카밀라는 무뚝뚝하지만 능숙한 솜씨로 돼지를 치료하고, 윤슬은 그런 그녀의 모습에서 깊은 인상을 받는다. 이 사건을 계기로 윤슬은 돼지들을 단순한 가축이 아닌, 돌봐야 할 생명으로 인식하기 시작한다. 그녀는 돼지들의 이름을 지어주고, 각자의 습성을 파악하며 정성을 쏟는다. 재현 역시 처음에는 시큰둥했지만, 점차 윤슬의 진심에 동화되어 농장 일에 재미를 붙여간다. 그는 농장 트랙터를 운전하며 드넓은 평야를 달릴 때, 서울의 꽉 막힌 도로를 달리던 때와는 다른 해방감을 느낀다.
윤슬과 재현, 그리고 카밀라는 국적도, 나이도, 살아온 환경도 다르지만 ‘이방인’이라는 공통점 아래 점차 가까워진다. 주말이면 카밀라의 작은 집에 모여 각자의 나라 음식을 만들어 먹고, 서툰 덴마크어로 농담을 주고받으며 웃음꽃을 피운다. 윤슬은 카밀라에게서 동물을 대하는 따뜻한 마음을 배우고, 재현은 카밀라의 자유로운 영혼과 인생을 대하는 태도에 매료된다. 재현은 어느새 카밀라를 향한 짝사랑을 시작하지만, 그녀의 무심한 태도와 과거를 알 수 없는 깊은 눈빛에 쉽게 다가가지 못한다. 그러던 중, 그들을 덴마크로 이끈 이민 브로커가 사기 혐의로 한국에서 체포되었다는 소식이 전해진다. 그들의 비자는 처음부터 불법이었고, 언제든 추방될 수 있는 신세라는 사실이 밝혀지며 세 사람의 관계는 새로운 국면을 맞는다.
불안과 절망이 다시 그들을 덮치지만, 이전과는 달랐다. 윤슬은 더 이상 과거에 얽매여 울지 않았고, 재현은 현실을 비관하며 주저앉지 않았다. 그들은 함께 머리를 맞대고 해결책을 찾기 시작한다. 카밀라는 자신의 변호사를 통해 합법적인 체류 방법을 알아봐 주고, 마을 사람들 역시 그동안 성실하게 일해온 윤슬과 재현의 편이 되어준다. 그들은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나라’에서 부와 명예를 얻지는 못했지만, 고된 노동과 소박한 일상 속에서 서로에게 기댈 어깨를 내어주며, 행복은 거창한 목표가 아닌 함께하는 매일의 과정 속에 있다는 것을 깨닫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