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orld
1. 장소/시간, 시대 :
이야기의 무대는 팬데믹 이후, 약탈과 공포가 만연한 근미래의 부산항과 그 앞바다에 떠 있는 거대한 난민촌이다. 시간적 배경은 바이러스 대재앙이 인류 문명을 붕괴시킨 직후로, 사회적·법적 질서가 사실상 소멸한 시기다. 폐허가 된 항구와 바다 위를 떠도는 수백 척의 선박, 컨테이너, 뗏목들이 연결되어 형성된 난민촌은 마치 유령도시처럼 어둠에 잠겨 있다. 밤마다 좀비들의 울음소리와 인간들의 절규가 뒤섞이며, 바다와 육지의 경계가 모호해진다. 시간은 반복되는 공포와 생존 투쟁 속에서 흐름을 잃어버렸고, 낮과 밤의 구분조차 희미하다.
2. 세계관의 중요한 규칙과 그것이 스토리에 미치는 영향 :
이 세계관의 가장 중대한 규칙은 두 가지로 요약된다. 첫째, 좀비 바이러스 감염은 치명적이지만, 극소수의 ‘면역자’가 존재한다. 이 면역자는 신의 은총으로 여겨져 오히려 인간들에게 사냥감이 되고, 그 피와 신체는 실험과 약탈의 대상이 된다. 둘째, 인간 사회의 도덕과 윤리, 질서가 완전히 붕괴된 결과, 생존을 위해선 어떤 비인간적 행위도 용인되는 무정부적 생존 규칙이 지배한다. 이 때문에 인간들은 서로를 끊임없이 의심하고, 약한 자를 사냥하며, ‘괴물’로 변해간다. 검은파도귀와 같은 망령의 전설은, 바닷가와 난민촌에 만연한 불안과 죄책감, 절망의 집단적 투사이자, 인간성 붕괴의 상징으로 기능한다. 이러한 규칙들은 민석이 자기 자신의 본질, 그리고 인간의 본성에 대한 끝없는 질문에 빠지도록 만든다.
3. 세계관의 시각적 묘사 :
부산항은 녹슨 크레인과 뒤틀린 철골, 잡초가 무성한 부두, 여기저기 널브러진 시체와 흩어진 짐들로 황폐해져 있다. 바다 위 난민촌은 수백 척의 선박, 컨테이너, 고철과 뗏목이 서로 밧줄로 얽혀 불안정하게 떠 있다. 바닷물은 썩은 피와 기름에 오염돼 검푸르며, 해안선에는 좀비의 시체와 인간의 사체가 뒤엉켜 있다. 밤에는 검은 안개가 조용히 난민촌을 휘감고, 선박 틈새로는 누군가의 절규와 이름을 부르는 쉰 목소리가 스며든다. 희미한 전등 불빛 아래, 사람들은 서로를 경계하며, 부러진 무기와 낡은 장비, 조악하게 개조한 방어막으로 자신을 지킨다. 컨테이너 내부는 음습하고 비좁으며, 피와 곰팡이, 땀 냄새가 뒤섞여 있다. 검은파도귀가 등장할 때면, 바다에서 기이한 물결 무늬와 함께 한기가 감돌고, 선박 사이로 검은 안개가 스며들어 사람들의 시야를 흐리게 한다.
4. 이야기에 영향을 주는 주목할 만한 기술이나 철학 :
기술적으로는, 난민촌의 생존자들이 고철, 폐품, 낡은 전자기기 등을 조합해 만든 즉흥적 무기와 도구, 비상 통신기, 간이 발전기 등이 주를 이룬다. 이 기술들은 극한의 환경에서 생존과 약탈, 방어에 필수적이다. 또 하나의 특징은 생명과학적 집착—면역자의 혈액과 신체에 대한 비윤리적 실험, 해부, 거래가 난민촌의 암시장과 권력 투쟁의 핵심이 된다는 점이다.
철학적으로는 ‘인간성’과 ‘괴물성’의 경계, 생존을 위한 이기적 선택과 타인의 고통에 대한 책임 사이의 딜레마가 중심 테마다. 검은파도귀의 존재는 집단적 죄책감과 배신, 인간성 붕괴의 심연을 집약적으로 상징하며, 민석은 자신이 괴물이 되어가는 과정을 끝없이 반추한다. 서희 역시, 정의와 생존 사이에서 어디까지 타락할 수 있는지, 그리고 최후의 순간에도 인간다움을 지킬 수 있는지 고민한다. 이 세계는 ‘도덕’과 ‘구원’이 실질적으로 무의미해진 곳이지만, 바로 그 무의미함 속에서 각 인물들이 자기 본질을 되묻게 만드는 잔혹한 거울이 된다.


Location 1
- 장소 : 부산항 폐허
- 설명 : 녹슨 크레인과 전복된 컨테이너가 뒤엉킨 부산항 폐허에는, 썩은 물이 고여 악취가 가득했다. 바닥에는 피와 검은 진흙이 뒤섞여, 밤마다 좀비와 인간의 절규가 메아리쳤다. 바닷바람에 실려 온 시체의 냄새가, 이곳이 더 이상 인간의 땅이 아님을 증명했다.

Location 2
- 장소 : 바다 위 난민촌 컨테이너 구역
- 설명 : 부서진 부두 위에 어둠과 썩은 내음이 뒤섞인 컨테이너들이 미로처럼 얽혀 있다. 밤마다 실종자들의 이름을 부르는 갈라진 목소리와, 핏빛 오수가 바닥을 적시며, 인간의 절망과 배신이 검은 안개처럼 스며든다. 민석은 서희와 함께, 서로를 경계하고 의지하며 피비린내 나는 밀거래와 배신, 그리고 망령의 속삭임 속에서 점점 인간성을 갉아먹히고 있다.

Location 3
- 장소 : 피로 물든 해안선
- 설명 : 파도에 씻겨나간 시체와 붉게 스며든 모래 위로, 민석은 피범벅이 된 옷차림으로 비틀거리며 상륙한다. 밤바람 속에서 검은파도귀의 환영과 서희의 피투성이 속삭임이 귓가를 맴돌고, 해안선 너머로는 이미 타락한 인간들의 울음소리와 좀비의 신음이 교차한다. 민석은 무너진 인간성과 괴물의 경계 위에서, 자신이 누구인지 끝없이 자문하며 피로 얼룩진 해안에 홀로 서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