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소문의 진원지, 교내 벚꽃 축제의 어두운 속삭임
[장소]
학교 운동장, 벚꽃이 만개한 교정과 축제 부스들, 그리고 축제 뒷편의 어두운 구석
[시간]
봄 오후, 축제 한창. 수업이 끝나 학생들이 쏟아져 나오는 시간.
[운동장 한켠, 도서부 부스 앞. 해질 무렵. 벚꽃잎이 조용히 날려와 서현의 어깨에 앉는다. 부스 주변은 학생들로 북적이지만, 서현은 묵묵히 책상 위 팜플렛을 정리하고 있다. 그녀의 손이 조금씩 떨린다. 축제의 들뜬 음악과 웃음소리가 멀리서 들린다.]
서현
(팜플렛을 가지런히 쌓으며, 어색하게 미소)
다들… 이따 저녁 먹으러 간다던데, 오늘은 다들 빠르다.
(손끝에 힘을 주며)
괜히 일찍 끝내자는 얘기, 먼저 했나…?
[세윤이 조심스럽게 다가온다. 그의 그림자가 서현 앞에 어른거린다. 서현은 고개를 들지 못한 채 손끝만 만지작거린다.]
세윤
(조금 망설이다가)
도와줄 거 남은 거 있어?
서현
(놀란 듯, 억지로 밝게)
아, 아니. 거의 다 했어. 너… 축제 구경은 했어?
세윤
(작게 웃으며, 손에 든 폰을 만지작)
딱히… 구경할 사람도 없는데. 그냥 돌아다녔지.
[잠깐의 침묵. 두 사람 사이에 흐르는 긴장. 배경으로 몇몇 학생들이 수군거리는 소리가 희미하게 섞인다.]
학생A (배경, 속삭임)
야, 쟤 그 전학생이랑 또 붙어있어.
학생B (배경, 비웃으며)
도서부 부장도 참 별 취향이네.
[서현이 그 소리에 순간적으로 어깨를 움츠린다. 그녀의 시야가 흐려진다.]
세윤
(서현을 조심스럽게 바라보며)
…신경 쓰지 마.
서현
(작게 숨을 들이쉬고, 억지 미소)
나 신경 안 써. 그냥… 좀 시끄러워서.
[그때, 유라가 무리 속에서 다가온다. 그녀는 단정한 모습으로, 카메라를 목에 건 채 서현을 똑바로 바라본다.]
유라
서현.
(잠시 세윤을 힐끗 본 뒤, 낮게)
너, 오늘 좀 조심해야 할 거야. 축제라서, 소문이 더 쉽게 번지잖아.
서현
(목소리가 조금 흔들리며)
무슨 소문…?
유라
(의미심장하게, 또박또박)
네가 누구랑 붙어 있는지. 누가 보고 있는지.
(짧은 침묵 후, 서현의 팔을 가볍게 잡고)
괜히 나중에 곤란해지지 말고, 네가 신중하게 움직여.
[유라는 무리로 돌아가며, 뒤돌아보지 않는다. 서현은 얼어붙은 듯 선 채, 손끝만 만지작거린다.]
레이첼
(멀리서 다가오며, 빠르게 상황을 훑음. 영어와 한국어가 섞인 말투)
Seohyun, you okay?
(유라가 사라진 쪽을 힐끗 보며, 작게)
She’s intense today.
(눈을 맞추며)
그냥… 조심해. 네가 뭔가 위험해 보이면, 내가 먼저 알아챈다?
서현
(억지로 웃으며, 레이첼의 팔에 기대듯)
괜찮아, 레이첼. 그냥… 오늘 좀 이상한 날인 것 같아.
[멀리서 남학생 무리가 세윤을 둘러싸려는 기미. 서현이 급히 다가가 그들 사이에 선다.]
서현
(단호하게)
여기, 도서부 부스야. 지금 뭐 하는 거야?
남학생C
(비아냥거리며)
아, 부장님이 챙겨주시네?
(주변에 비웃음 번짐)
서현
(단호하게, 눈을 치켜뜸)
축제 망치고 싶으면 계속해. 아니면, 그냥 가.
[남학생들 쓴웃음 지으며 물러난다. 세윤은 아무 말 없이 고개를 숙인다. 서현의 손은 여전히 떨린다.]
cut to
[운동장 가장자리, 조용한 벚꽃나무 아래. 노을빛이 두 사람의 그림자를 길게 늘인다. 축제의 소음이 멀어지고, 바람에 꽃잎만 날린다.]
서현
(작은 목소리, 시선을 피하며)
…너, 힘들지?
다… 너에 대해서 말하는 거, 알아.
세윤
(한참 뜸들이고, 조용히)
익숙해. 어디서든 그랬으니까.
서현
(입술을 깨물며)
난… 그냥, 네 편이 되고 싶었어.
근데 나도, 사실 무서워. 내가 네 옆에 있어서.
세윤
(서현을 바라보다가, 천천히)
그래도… 네가 나한테 웃어준 거, 그거 하나면 돼.
[서현은 아무 말 없이 세윤 곁에 앉아, 무릎 위에 손을 포개고 있다. 두 사람의 그림자가 천천히 겹쳐진다. 멀리서 또 누군가의 핸드폰 플래시가 번쩍인다.]
cut to
[축제장 한가운데, 학생들 사이에 세윤을 둘러싼 소문이 퍼지고, 몇몇은 노골적으로 손가락질한다. 서현은 그 시선을 견디며 세윤 옆을 지킨다. 두 사람의 모습 위로 벚꽃잎이 천천히 쏟아진다.]
[장면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