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화
mama79
"네가 그린 그림..." 렌이 말을 이었다. "도서관에서 엘리한테 보여준 것처럼, 나한테도 보여줄 수 있어?"
그의 목소리에 담긴 불안정한 떨림이 가슴을 조였다. 어둠이 깊어가는 하교길, 가로등 불빛 아래 서 있는 우리의 모습이 마치 오래된 흑백사진처럼 정지된 것만 같았다.
"그래." 내가 마침내 입을 열었다. 스케치를 꺼내며 손이 살짝 떨렸다.
렌은 종이를 받아들고 가로등 아래로 한 걸음 다가섰다. 그의 눈동자가 스케치를 훑어내렸다. 침묵이 우리를 감쌌다. 멀리서 들려오는 귀가하는 발걸음 소리만이 이 순간의 무게를 더해갔다.
"이게 네 눈에 비친 엘리구나." 렌이 중얼거렸다. 그의 목소리에서 뭔가가 깨지는 것 같았다.
"아니." 내가 말했다. "이건 그냥..."
말을 잇지 못했다. 사실 나도 몰랐다. 내가 그린 그림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왜 엘리에게 보여주었는지, 그리고 지금 렌에게 보여주고 있는지.
"우리 달라졌어, 지우야." 렌이 스케치를 돌려주며 말했다. 그의 손가락이 내 손에 스치자 찰나의 전율이 등줄기를 타고 올라왔다.
가로등 불빛이 깜빡였다. 그 순간 렌의 얼굴에 드리운 그림자가 더욱 깊어 보였다. 우리는 서로를 바라보았다. 말하고 싶은 것들은 많았지만, 어느 것 하나 쉽게 입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집에 가자." 렌이 먼저 발걸음을 옮겼다.
나는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어깨에 걸친 가방이 밤바람에 살짝 흔들렸다. 그 모습이 왠지 낯설었다. 마치 오랫동안 알고 지낸 친구가 조금씩 멀어지는 것 같았다.
주머니 속 스케치가 묵직하게 느껴졌다. 엘리가 그린 나의 모습과 내가 그린 그녀의 모습이 겹쳐졌다. 그리고 그 사이에서 렌의 흔들리는 눈빛이 아직도 선명했다.
발걸음을 떼기가 쉽지 않았다. 이 순간이 지나면 무언가가 영원히 달라질 것만 같았다. 하지만 결국 나는 렌의 뒤를 따랐다. 우리의 그림자가 가로등 불빛 아래서 겹치고 멀어지기를 반복하며, 늦은 밤거리를 걸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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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화
스케치북 속 삼각의 초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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