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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isode 3

3화

mama79

도서관을 나와 복도를 걸으며, 나는 렌의 마지막 질문을 곱씹었다. '우리... 계속 이렇게 지낼 수 있을까?' 그 말에 담긴 의미가 자꾸만 마음을 무겁게 했다.

창밖으로 보이는 하늘은 어느새 붉게 물들어 있었다. 복도 끝에서 들려오는 웃음소리가 귓가를 스쳤다. 평소 같았으면 그냥 지나쳤을 소리였지만, 오늘따라 그 소리가 날카롭게 느껴졌다.

"엘리 진짜 그림 잘 그린대. 미술부에서도 칭찬이 자자하다던데?"

지나가는 여학생들의 대화가 귀에 들어왔다. 발걸음이 자연스럽게 늦춰졌다.

"맞아. 근데 좀 이상해. 늘 혼자 있잖아. 그리고 그림 그릴 때 표정이..."

나머지 대화는 들리지 않았다. 하지만 그들이 말한 엘리의 모습이 선명하게 떠올랐다. 도서관에서 그녀가 보여준 그림, 그리고 그 속에 담긴 감정들.

교실로 돌아가는 길에 미술실 앞을 지났다. 문틈으로 비치는 늦은 오후의 빛 속에서 누군가의 실루엣이 보였다. 엘리였다. 그녀는 이젤 앞에 서서 캔버스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 모습이 마치 도서관에서 본 그녀의 스케치처럼 외로워 보였다.

발걸음을 멈추었다. 문을 열고 들어가고 싶은 충동이 들었다. 하지만 렌의 표정이 떠올랐다. 도서관에서 그가 보여준 낯선 감정, 그리고 우리 사이에 생긴 미묘한 균열.

"지우야."

뒤에서 들려온 목소리에 놀라 돌아보았다. 렌이었다. 그의 얼굴은 평소의 무표정을 되찾고 있었지만, 눈빛은 여전히 불안정해 보였다.

"미술실에 볼 일 있어?" 렌이 물었다. 그의 목소리는 담담했지만, 그 속에 숨은 긴장감이 느껴졌다.

"아니... 그냥." 내 대답은 공중에 흩어졌다.

렌은 미술실 안을 흘깃 보았다가 다시 나를 바라보았다. "같이 가자. 수업 시작하기 전에 할 얘기가 있어."

그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지만, 마음 한켠이 무거워졌다. 미술실 문틈으로 비치는 빛이 점점 희미해지고 있었다. 엘리의 실루엣도 그 속에서 조금씩 흐려져 갔다.

복도를 걸으며 우리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발자국 소리만이 공허하게 울렸다. 창밖으로 보이는 하늘은 이제 완전히 저물어가고 있었다.렌과 나란히 걸으며 나는 자연스럽게 창 쪽으로 몸을 기울였다. 우리 사이의 침묵이 평소보다 무겁게 느껴졌다.

"네가..." 렌이 갑자기 걸음을 멈추었다. "네가 그린 그림, 봤어."

나는 그를 바라보았다. 렌의 눈빛이 흔들렸다.

"도서관에서. 엘리한테 보여준 거." 그가 말을 이었다. "창가의 빛... 그거 네가 늘 그리던 거잖아."

가슴 한켠이 묘하게 조여들었다. 그동안 나만의 것이라고 생각했던 순간들이 렌의 말 속에서 새로운 의미를 띠기 시작했다.

"그래서 그런 거야?" 렌의 목소리가 낮아졌다. "그동안 아무에게도 보여주지 않던 걸, 왜 하필..."

말끝이 흐려졌다. 복도 끝에서 누군가의 발소리가 들려왔다. 우리는 동시에 그쪽을 바라보았다. 엘리였다. 그녀는 미술실에서 나와 반대편으로 걸어가고 있었다.

렌의 손가락이 살짝 움찔거렸다. 나는 그가 하려던 말의 끝이 무엇이었을지 짐작할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 누구의 말도 듣고 싶지 않았다.

창밖으로 마지막 햇살이 사라져가고 있었다. 어둠이 천천히 복도를 채우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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