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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isode 8

8화. 다시 라일락이 피는 날

lovely soogi

나예가 학교에 나오지 않은 지 사흘째.
윤호는 무의식적으로 창가 자리를 자꾸 바라보았다.
비어 있는 의자, 접힌 책, 그 모든 것이 왠지 허전하게만 느껴졌다.

도서부실에도, 그녀는 없었다.
책장 사이로 새어 나오는 햇살도, 고요한 피아노 음악도 전부 멈춰 있었다.

윤호는 문득 그녀의 쪽지를 다시 꺼내 읽었다.

“우리 사이가 예쁘게 남았으면 좋겠어서.”

그 문장이 마음속에서 자꾸만 반향을 일으켰다.
‘예쁘게 남는 게… 멀어지는 거라면, 나는 예쁘지 않아도 괜찮은데.’

일요일 오후, 윤호는 동네 작은 공원 벤치에 앉아 있었다.
그곳은 예전에 나예가 말해줬던, 자신이 좋아하는 장소였다.
“사람도 많지 않고, 나무 아래 앉아 있으면 마음이 조용해져.”

그 말이 자꾸 머릿속을 맴돌아, 그는 무작정 그곳으로 향했다.

그리고—
라일락빛 원피스를 입은 소녀가 벤치 한쪽에 앉아 있는 모습을 보았다.

나예였다.

윤호는 멈춰섰다.
마치 시간이 멈춘 것처럼, 공기까지 고요해졌다.
그녀도 윤호를 발견하고 살짝 눈을 떴다.

“…왔네.”

“여기 있을 것 같았어.”

그는 숨을 고르며 천천히 그녀 옆에 앉았다.
라일락 향이 조용히 퍼졌다.
아무 말 없이, 한참이 흘렀다.

윤호가 먼저 입을 열었다.

“쪽지 봤어.
근데 나예야, 우리가 예쁘게 끝나야 할 이유가 있을까?”

나예는 작게 숨을 쉬었다.
“사람들이… 우리를 이상하게 볼까 봐 그게 싫었어.
우리 사이가 흔들릴까 봐 겁났어.”

윤호는 조용히 고개를 저었다.

“나는… 우리가 흔들릴수록, 더 단단해질 수 있다고 생각해.
네가 나한테 숨지 않았으면 좋겠어.
우산 같이 쓰는 사이가 아니라,

비가 와도 함께 맞을 수 있는 사이가 되면 안 될까?”

나예의 눈이 커졌다.
그리고 그녀는 아주 천천히, 윤호를 바라보았다.

“그 말… 다시 해줄래?”

윤호는 그녀를 똑바로 바라보며 말했다.

“비가 와도, 같이 맞을게. 너랑이라면, 괜찮아.”

그 순간, 잔잔하던 바람이 라일락 향을 몰고 왔다.
그들은 아무 말 없이 웃었다.
그 미소는, 우산도 없던 그날보다
훨씬 더 따뜻하고 선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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