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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isode 2

2화. 라일락 쪽지

lovely soogi

월요일 아침, 윤호는 평소보다 일찍 등교했다.
비는 멎었고, 창문엔 옅은 물기만이 남아 있었다.
교실에 들어서자마자 그의 시선은 자신도 모르게 나예의 자리를 향했다.
아직 아무도 오지 않은 창가 자리.
책상 위에는 책 한 권, 그리고 반쯤 접힌 종이 한 장이 놓여 있었다.

그 순간, 자신의 책상에 놓인 또 다른 종이쪽지가 눈에 들어왔다.
하얀 종이에 라벤더 빛 펜으로 쓰인 단정한 글씨.

“비가 오면, 나는 자꾸 생각나.
잊지 못할 무언가가 있는 것처럼…
네 우산 속에서 본 빛은,
봄보다 먼저 내 마음에 스며들었어.”

윤호는 손끝으로 쪽지를 조심스럽게 접었다.
심장이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이건… 분명히 그녀였다.
나예였다.

‘우산 속에서 본 빛… 나랑 같이 썼던 그날을 말하는 거야?’

그는 쪽지를 자신의 국어책 속에 조심히 넣었다.
지금 이 감정을 어디에 두어야 할지 몰랐지만,
그 감정이 귀하다는 것은 확실히 알 수 있었다.

쉬는 시간, 나예가 교실에 들어왔다.
윤호는 본능처럼 고개를 돌렸다.
마주칠까봐. 들킬까봐.
혹시 그녀가 자신이 읽었다는 걸 알게 될까 봐.

하지만 나예는 그의 책상 앞에 잠시 멈춰 섰다.
그리고 조용히 말했다.

“그 쪽지, 읽었어?”

윤호는 당황해서 고개를 들었다가, 얼떨결에 끄덕였다.
나예는 웃지 않았다. 대신, 아주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창피해서, 고민 많이 했어.
그날 너랑 걸으면서, 말 한마디 제대로 못했는데…
그게 자꾸 생각나서.”

윤호는 처음으로 그녀의 눈을 제대로 바라봤다.
어둡고 조용하지만, 깊은 호수를 닮은 눈동자.
말보다 훨씬 많은 것을 담고 있었다.

“나도… 생각나.
그날 이후로 계속.”

윤호는 속삭이듯 말했다.
나예의 얼굴에 살짝 미소가 번졌다.
마치 비온 뒤 햇살이 조심스럽게 나뭇잎을 비추듯.

그날 오후, 나예는 도서부실에서 윤호에게 또 다른 쪽지를 건넸다.

“비가 오지 않아도, 나는 너를 기억해.
우산 없이도 따뜻했던 순간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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