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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isode 20

에필로그 2화. 우연히, 봄날 그 거리에서

lovely soogi

3월의 마지막 주 금요일.
윤호는 방과 후, 혼자서 오래된 거리로 걸어갔다.

그곳은 예전 학교와 도서관, 그리고 라일락나무가 서 있는 길목이었다.
비는 오지 않았지만, 그는 습관처럼 우산을 들고 나섰다.

‘비가 안 와도 괜찮아.
이 거리를 걷는 것만으로도 네가 떠오르니까.’

그는 골목 모퉁이를 돌아 작은 공터 옆 벤치에 앉았다.
귓가엔 자전거 바퀴 소리, 아이들 웃음소리, 그리고…
가만히 심장이 두근대는 소리만 들렸다.

그때—
누군가의 발소리가 다가왔다.
작고 가벼운 걸음.

“윤호야?”

익숙하고 따뜻한 목소리.
조심스럽게, 그러나 너무도 자연스럽게 불러주는 그 이름.

고개를 돌리자, 나예가 서 있었다.

조금 더 자란 머리, 낯설 만큼 차분해진 눈빛.
하지만 여전히 봄처럼 부드러운 미소.

“…정말 너야?”

윤호는 잠시 말을 잊었다가
작게, 그러나 분명히 말했다.

“이 거리에서 널 만날 수 있을까
얼마나 상상했는지 몰라.”

나예는 웃으며 대답했다.

“나도 오늘 그냥,
기분 따라 걷다 보니까 여기였어.
이 거리, 이 냄새… 네가 생각났거든.”

두 사람은 나란히 벤치에 앉았다.
말없이, 오래도록.

그러다 나예가 가방에서 작고 오래된 종이 한 장을 꺼냈다.
윤호가 예전에 건넸던 시였다.

“너와 내가 서로의 눈에 보이지 않던 계절을 알아가고 있다.
그리고 우리는 이제야 정말 서로를 좋아하고 있다는 걸 느낀다.”

“이 시… 아직도 들고 다녀.”

“왜?”

“가끔 힘들 때, 이걸 보면 너랑 있던 그 봄이 생각나.
그리고 내가 다시,
괜찮은 사람이 될 수 있을 것 같아서.”

윤호는 그녀의 말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조용히 그녀의 손등을 감쌌다.

손끝이 떨렸지만, 서로는 다시 웃고 있었다.

그날, 해 질 무렵.
두 사람은 다시 라일락나무 아래에 섰다.
나예가 작게 중얼였다.

“우리… 다시, 시작해볼래?”

윤호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비가 오든, 햇살이 비추든
네가 있는 계절이라면
나는 언제든 괜찮아.”

그리고, 그들은 조심스레 다시 손을 맞잡았다.

봄은,
그렇게 다시
두 사람의 이야기로 피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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