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필로그 1화. 봄이 오면, 다시 읽는 편지
lovely soogi
3월, 새 학년 첫 주.
윤호는 고등학교 1학년 교복에 어색하게 몸을 맞추며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가방 깊숙한 곳에 접어 넣었던 하얀 봉투를 꺼냈다.
나예가 마지막으로 준 편지.
‘딱, 봄이 시작되는 날 열어 달라’고 했던 그 봉투.
그날처럼,
봄의 공기는 서늘하지만 부드러웠고
동네 골목 끝, 작은 라일락나무엔
아직 꽃은 피지 않았지만
연둣빛 싹이 조용히 움트고 있었다.
윤호는 그 나무 아래 멈춰 서서
편지를 열었다.
윤호야.
지금 이 편지를 읽는 너는,
아마 내가 없는 교실에서
또 조용히 누군가의 마음을 알아차려 주고 있겠지?
봄이 오면
너랑 다시 만나기로 한 약속을 꼭 지키고 싶었어.
나도 지금, 새로운 학교에서
새로운 친구들을 만나고 있어.
조금 낯설지만,
너랑 함께한 시간들이
내 안에서 나를 더 단단하게 만들고 있어.
그러니까 윤호야,
우리 너무 슬퍼하지 말자.
사랑은 꼭 붙잡고 있어야만
이어지는 게 아니니까.
어떤 날엔
너를 아주 많이 떠올릴 거고,
어떤 날엔
괜히 네가 읽어주던 시들이 생각날 거야.
그런 날들 속에서도
우리 마음속의 라일락은,
비가 와도 지지 않고
다시 피어날 거야.
그리고 언젠가—
진짜 봄날에,
네가 다시 내 이름을 불러주면
나, 꼭 웃으면서 대답할게.
“윤호야,
나도 보고 싶었어.”_
윤호는 편지를 조용히 접고,
라일락나무 아래 잠시 멈춰 서 있었다.
멀리서 봄비가 내릴 듯 말 듯
공기 중이 촉촉하게 젖어들었다.
그는 하늘을 올려다보다 작게 중얼거렸다.
“…기다릴게.
천천히 와도 돼.
다시, 봄이 올 테니까.”
18화. 비 오는 날의 졸업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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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오는 날의 라일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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