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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isode 16

16화. 첫 사랑이 끝나는 방법

lovely soogi

9월, 가을의 첫 바람이 분 날.
운동장 옆 은행나무 아래에서 윤호는 생각했다.

‘우리가 처음 만난 건 봄이었고,
서로를 알게 된 건 여름이었고…
그럼 가을은 뭘까?’

학교 곳곳에 졸업앨범 촬영 공지가 붙기 시작했다.
교실은 어느새 수험 준비로 분주했고,
사람들의 대화엔 ‘고등학교’, ‘학원’, ‘입시’라는 단어들이 조금씩 섞여 들었다.

윤호는 도서부실에 들어가자마자
나예에게 조심스레 물었다.

“우리, 고등학교는 어디로 가게 될까?”

나예는 잠시 정적을 삼킨 뒤 말했다.

“…글쎄. 같은 곳이면 좋겠지만…
혹시 아니더라도, 괜찮을까?”

윤호는 미소 지었지만,
그 뒤엔 왠지 모를 쓸쓸함이 살짝 스며 있었다.

“괜찮지 않을 수도 있어.
하지만 네가 어떤 길을 걷든…
그 끝에 나랑 마주칠 수 있다면,
나는 기다릴 수 있어.”

며칠 후, 둘은 졸업앨범 개별 사진 촬영 날
함께 운동장을 걸었다.

가을 햇살이 낮게 깔리고,
그림자가 길게 늘어진 오후.

나예가 말했다.

“윤호야, 사람들은 첫사랑은 보통 끝난다고 하잖아.”

“응.”

“근데 나는 생각했어.
첫사랑이 끝나는 게 아니라…
다른 이름으로 바뀌는 거라면 어떨까?”

윤호는 그녀를 바라보았다.

“다른 이름?”

“처음엔 좋아하는 사람이었지만,
시간이 지나면 가장 기억나는 사람,
가장 지켜주고 싶었던 사람,
그리고—
가장 나를 이해해 줬던 사람.”

윤호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나지막이 말했다.

“…그 이름 속에
내가 오래 남을 수 있으면 좋겠다.”

나예는 조용히 미소 지었다.

“넌 이미 내 계절 안에 있어.
봄이었고, 여름이었고,
가을에도 곁에 있는 사람.”

그날 도서부실 노트엔
처음으로 이런 문장이 적혔다.

“사랑은 끝나는 게 아니라
다른 계절로 옮겨가는 것.

그리고 우리가 그 계절을 함께 기억한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한 사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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