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화. 우리가 몰랐던 서로의 계절
lovely soogi
그날 이후, 윤호는 나예에게 더 천천히, 더 조심스러워졌다.
그녀의 웃음 뒤에 숨은 침묵을,
그녀의 말끝에 맺힌 주저함을 알아차리게 된 뒤부터였다.
도서부실 노트엔 더 이상 짧은 시만이 아니라,
작은 일기처럼 서로의 마음을 담은 글들이 쌓여갔다.
“오늘은 말없이 네 옆에 앉아만 있었어도 좋았어.
네가 울지 않아서가 아니라,
네가 웃는 걸 내가 바라볼 수 있어서.”
어느 날, 나예가 물었다.
“윤호야… 너는 왜 그렇게 괜찮은 거야?”
“뭐가?”
“그냥… 나는 이렇게 복잡한데,
넌 항상 조용히 웃잖아.”
윤호는 한참을 생각하다가 대답했다.
“나도 사실, 어릴 때 많이 울었어.
엄마 아빠가 자주 싸웠거든.
밤에 방 안에 불 끄고 혼자 숨죽이던 날이 많았어.”
그 말에, 나예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근데 이상하게… 그 시간들이 있었기에
누군가 울고 있으면 바로 알 수 있게 된 것 같아.”
“…너 진짜,
이상한 사람이야.”
“그건 칭찬이지?”
나예는 웃었다.
이번엔, 진심으로 웃었다.
며칠 후, 나예는 윤호에게 작은 상자를 건넸다.
안엔 접힌 편지 한 장과 함께, 라일락꽃이 말려 있었다.
_“윤호야.
너랑 함께 있으면,
내가 겁내지 않아도 되는 사람이 된 것 같아.
네가 내 계절을 들어줘서 고마워.
나도 너의 겨울을, 천천히 안아줄게.”_
윤호는 그 편지를 여러 번 접었다 폈다.
그리고 마음속에서 다짐했다.
‘너를 그냥 좋아하는 게 아니라,
너의 모든 계절과 함께하고 싶다고 말할 수 있게 되기를.’
그날 이후, 도서부실의 작은 노트에
그들은 이렇게 적었다.
“너와 내가
서로의 눈에 보이지 않던 계절을 알아가고 있다.
그리고 우리는,
이제야 정말 서로를 좋아하고 있다는 걸 느낀다.”
14화. 그 아이가 웃었다
16화. 첫 사랑이 끝나는 방법
비오는 날의 라일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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