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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isode 11

11화. 그 여름이 오기 전

lovely soogi

학교 교정의 꽃들이 하나둘 지고 있었다.
라일락도 어느새 색이 옅어졌고, 바람은 여름 냄새를 품기 시작했다.

윤호는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꽃은 왜 항상 가장 예쁠 때 시들까.”
그리고 이어진 생각은 자연스레 나예로 향했다.

그날도 도서부실에서 두 사람은 나란히 앉아 있었다.
말없이 책을 넘기다가, 문득 나예가 말했다.

“이번 여름방학… 나, 외삼촌 댁에 가야 해.”

윤호의 손끝이 멈췄다.
“…어디?”

“순천. 외삼촌이 혼자 사셔서, 방학 내내 있으래.”

조용한 말이었지만, 그 말 속엔 작고 분명한 이별이 들어 있었다.
윤호는 애써 웃으며 말했다.

“그럼, 편지 써.
요즘엔 문자보다 편지가 더 좋더라.”

나예는 웃었다.
“…편지 써도, 너 답장 안 하면 어떡해?”

“그럴 리가.
하루에 한 장씩 쓸지도 몰라.”

며칠 뒤, 소풍 날.
두 사람은 학교 뒷산 언덕 위, 사람이 없는 나무 그늘에 나란히 앉아 있었다.
멀리서 친구들의 웃음소리가 들려왔지만, 이곳은 조용하고 따뜻했다.

윤호가 가방에서 작은 상자를 꺼냈다.
“이거.”

나예는 놀라며 상자를 받아 열었다.
안에는 얇은 책 한 권과, 손글씨로 정성스레 적은 시 구절들이 모여 있었다.

“너와 함께한 봄날을,
내 안에 가장 오래 남게 하고 싶어서.”

“이거… 너 혼자 다 쓴 거야?”

윤호는 수줍게 고개를 끄덕였다.
“혹시 네가 가 있는 동안,
생각나면 한 장씩 펼쳐봐.
그러면 나도 그 순간 너 생각하고 있을 테니까.”

나예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저 책장을 넘기다, 조용히 고개를 숙였다.

그림자 속, 그녀의 눈가엔 작고 조용한 빛이 맺혀 있었다.

“…나, 윤호야.”

“응.”

“너… 좋아해. 많이.”

윤호는 말없이 그녀의 손을 가만히 감쌌다.
심장이 떨렸고, 바람은 조용히 나뭇잎을 흔들었다.

그건 아마, 두 사람 사이에 맺힌
진짜 사랑의 이름이 처음 말로 불린 순간이었다.

그날 이후, 나예는 수업이 끝나면 도서부실 대신,

운동장 가장자리에 있는 벤치에 앉았다.
그리고 윤호는 매일 그 옆에 함께 앉았다.
말은 없어도 마음은 점점 더 짙어졌고,

그 여름은 조용히 다가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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