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화
core Sponges 74
새벽의 차가운 공기가 창문을 타고 들어왔다. 나는 매일 이 시간, 이 자리에 서서 바다를 바라본다. 파도가 몇 번 밀려오고 나가는지 세어보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하나, 둘, 셋... 열 번째 파도가 지나갈 때쯤이면 동쪽 하늘이 조금씩 밝아진다.
작업실 창가에 놓인 의자는 오래되어 삐걱거리지만, 이상하게도 그 소리가 좋다. 마치 오래된 카메라 셔터 소리처럼 친숙하다. 벽에 걸린 사진들이 새벽 빛을 받아 은은하게 빛난다. 지난달 찍은 해무 사진, 겨울 끝자락의 절벽, 그리고 어제 현상한 등대 사진까지. 각각의 순간들이 정적 속에 머물러 있다.
찻잔에서 올라오는 얇은 김이 창문에 서서히 맺힌다. 도시를 떠난 지 벌써 3년. 그때 사람들은 내가 미쳤다고 했다. 27살의 젊은 나이에 작은 해안 마을로 이주한다는 걸 이해하지 못했다. 하지만 나는 알고 있었다. 내가 찾던 것이 여기 있다는 걸.
"하린아, 넌 너무 느려."
어머니의 말씀이 귓가에 맴돈다. 학창 시절부터 늘 듣던 말이었다. 하지만 그 느림이 내겐 자연스러웠다. 셔터를 누르기 전의 그 찰나의 순간을 기다리는 시간이, 빛이 완벽한 각도로 들어올 때까지 인내하는 시간이 좋았다.
작업대 위에 놓인 라이카 M6를 집어든다. 할아버지께 물려받은 이 카메라는 내 손에 딱 맞는 무게를 가지고 있다. 뷰파인더를 들여다보면 세상이 조금 더 선명해지는 기분이다. 필름을 감는 소리가 작업실에 울린다.
창 밖으로 보이는 바다는 오늘도 변함없이 푸르다. 하지만 가끔, 이 고요함 속에서 뭔가 다른 것을 발견하곤 한다. 설명할 수 없는, 그러나 분명히 존재하는 무언가. 렌즈를 통해 보면 더욱 선명하게 느껴지는 그것을 잡아내고 싶어진다.
작업실 구석에 쌓인 현상액 통들 사이로 햇빛이 스며든다. 어제 밤늦게까지 작업하다 정리하지 못한 흔적들이 여기저기 남아있다. 보통 같았으면 바로 치웠을 텐데, 어젯밤은 달랐다. 푸른빛을 띤 달빛이 유난히 강렬해서, 그 빛을 담기 위해 밤늦게까지 해변을 돌아다녔다.
찻잔을 들고 발코니로 나간다. 차가운 공기가 폐부 깊숙이 스며든다. 멀리서 갈매기 울음소리가 들려온다. 이런 순간이면 도시의 소음과 번잡함이 얼마나 멀게 느껴지는지. 하지만 가끔은 이 고요함이 두렵다. 마치 무언가가 이 고요 속에 숨어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
바다를 향해 카메라를 들어올린다. 뷰파인더 속 파도는 여전히 제자리에서 움직이고 있다. 그런데 오늘따라 물결이 조금 다르게 보인다. 마치 누군가가 수면 아래서 나를 지켜보고 있는 것처럼.

2화
푸른 달 아래의 유영
푸른 달 아래의 유영's Story Chat
Want to chat with 윤하린?Chat with this story's characters — an AI conversation in their own voic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