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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isode 4

도주 (2)

hodram

복도 끝에서 다가오는 장로의 발걸음 소리가 점점 더 가까워졌다. 나는 그림자 속에 숨어 서서, 숨을 고르며 다음 행동을 가늠했다. 검을 뽑아들면, 이제까지의 모든 것이 끝나버릴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하지 않으면, 현우가...

"아직도 여기 있었나."

장로의 목소리가 어둠을 가르며 울렸다. 그의 손에 든 횃불이 주변을 밝혔다. 나는 천천히 그림자 속에서 걸어나왔다.

"잠시 생각할 것이 있어서..."

"생각이라..."

장로의 눈빛이 날카로워졌다. 그의 입가에 맺힌 미소는 얼음장처럼 차가웠다.

"윤검휘, 자네가 이렇게 망설이는 모습은 처음 보는군."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장로는 천천히 내 주위를 돌며 말을 이었다.

"자네의 아들... 현우는 특별한 아이야. 그 재능이 위험해질 수 있다는 걸 자네도 알고 있겠지."

"위험하다고요?"

내 목소리가 떨렸다. 장로는 잠시 멈춰 서서 나를 바라보았다.

"그래. 통제되지 않는 힘은 언제나 위험하네. 자네도 한때는 그랬지. 하지만 우리가 자네를 올바른 길로 인도했어."

올바른 길. 그 말이 가슴을 파고들었다. 지난 십육 년간 나는 그들이 말하는 '올바른 길'을 걸어왔다. 수많은 생명을 거두며, 의문도 없이, 망설임도 없이.

"현우는... 아직 어립니다."

"나이는 중요하지 않아. 중요한 건 그 아이가 가진 잠재력이야. 그리고 그 잠재력이 어떻게 사용될 것인가 하는 거지."

장로의 말에 숨겨진 의미가 선명하게 다가왔다. 그들은 현우를 나처럼 만들고 싶어했다. 감정 없는 도구로, 명령에만 충실한 살인자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네."

장로가 말을 마치고 돌아서려는 순간, 복도 끝에서 발자국 소리가 들려왔다. 현우였다. 그의 발걸음은 가볍고 힘찼다. 아직 이 세계의 어둠을 모르는 순수한 걸음이었다.

나는 순간 숨을 멈췄다. 현우가 이곳에서 나를 보면 안 됐다. 특히 장로와 함께 있는 모습을... 하지만 이미 늦었다.

"아버지?"

현우의 목소리가 복도에 울렸다. 그의 눈빛은 맑고 순수했다. 아직 무림맹의 진정한 모습을 알지 못하는 눈빛이었다.장로가 천천히 고개를 돌려 현우를 바라보았다. 그의 입가에 미소가 번졌지만, 그 미소는 눈까지 닿지 않았다.

"아, 현우로군. 마침 잘 왔어."

나는 본능적으로 한 걸음 앞으로 나섰다. 현우와 장로 사이에 서려는 듯한 움직임이었다. 장로의 눈빛이 그 순간을 놓치지 않았다.

"훈련이 끝나서 아버지를 찾으러 왔습니다."

현우의 목소리에는 아무런 의심도 없었다. 그저 순수한 기쁨만이 묻어났다. 내 심장이 무겁게 울렸다.

"그래... 오늘 훈련은 어땠나?"

장로의 말투는 부드러웠지만, 그 속에 숨겨진 의도가 느껴졌다. 마치 사냥감을 노리는 맹수처럼.

"새로운 검법을 배웠습니다. 사부님께서..."

현우의 말이 이어지는 동안 나는 필사적으로 생각을 정리했다. 시간이 없었다. 장로의 존재는 현우에게 점점 더 가까이 다가가고 있었고, 그것은 돌이킬 수 없는 순간을 재촉하고 있었다.

복도의 횃불이 흔들렸다. 그림자가 벽을 타고 춤추듯 움직였다. 나는 현우의 눈빛에서 자신의 어린 시절을 보았다. 아직 순수했던, 더럽혀지지 않았던 그때를.

"현우야."

내 목소리가 현우의 말을 끊었다. 장로의 시선이 날카롭게 꽂혔다.나는 천천히 현우에게 다가갔다. 내 발걸음 하나하나가 돌바닥에 무겁게 울렸다.

"지금 당장 숙소로 돌아가거라."

현우의 눈빛이 흔들렸다. 평소와는 다른 내 목소리에 당황한 듯했다.

"하지만 아버지..."

"지금 바로."

내 말투는 단호했다. 장로는 그 자리에서 미동도 없이 우리를 지켜보고 있었다. 그의 입가에 맺힌 미소가 더욱 깊어졌다.

"윤검휘... 아들과 이야기할 시간이 더 필요한가?"

장로의 말에 담긴 의미를 나는 놓치지 않았다. 그것은 경고였다.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현우는 여전히 그 자리에 서서 나와 장로를 번갈아 바라보았다. 그의 맑은 눈동자에 혼란이 스쳐 지나갔다. 나는 그 순간 결심했다. 더 이상 망설일 시간이 없었다.

"현우야, 네 방에 가서 기다려라. 곧 가마."

내 목소리는 부드러웠지만, 그 속에는 강철같은 단단함이 깃들어 있었다. 현우는 잠시 망설이다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발걸음 소리가 복도를 따라 멀어져갔다.

장로의 눈빛이 차갑게 빛났다. 그는 현우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자네의 선택이 궁금하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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