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ip to main content
Episode 1

서장

hodram

차가운 돌벽이 손끝에 닿았다. 무림맹 본부의 지하 복도는 언제나처럼 음습했다. 횃불 하나가 멀리서 깜빡이며 그림자를 드리웠다. 나는 잠시 멈춰 서서 그 불빛을 바라보았다.

이곳에서 보낸 시간이 얼마였을까. 스무 살, 처음 암살자가 되었을 때부터 지금까지. 십육 년의 세월이 이 차가운 돌계단과 어둠 속에 묻혀있다.

"윤검휘."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린 것 같아 돌아보았지만, 아무도 없었다. 이런 환청은 이제 익숙했다. 이 복도에는 수많은 동료들의 발자국 소리가 아직도 메아리치고 있었다. 살아남은 자도 있었고, 사라진 자도 있었다. 배신한 자들도 있었다.

횃불 빛이 흔들릴 때마다 벽에 드리운 그림자가 일그러졌다. 마치 과거의 망령들이 춤추는 것 같았다. 스승이라 불렀던 자들의 얼굴이 떠올랐다. 그들은 내게 살인을 가르쳤다. 배신을 가르쳤다. 감정 없이 칼을 휘두르는 법을, 의심 없이 명령에 복종하는 법을.

발걸음을 옮길 때마다 젖은 돌바닥이 끈적하게 달라붙었다. 이 길을 걸으며 얼마나 많은 피를 흘렸을까. 내가 흘린 피, 내가 흘리게 한 피. 모두 이 돌바닥에 스며들어 있을 것이다.

오늘의 임무는 간단했다. 무림맹을 배신하려 한 자를 처리하는 것. 하지만 가슴 한켠이 무거웠다. 예전에는 느끼지 못했던 감정이었다. 아들 현우의 얼굴이 떠올랐다. 그 아이도 언젠가는 이 길을 걸어야 하는 걸까.

복도 끝에서 희미한 불빛이 새어 나왔다. 회의실이다. 그곳에서 나는 다음 표적에 대한 정보를 받게 될 것이다. 그리고 또다시 누군가의 목숨을 거두게 될 것이다.

발걸음이 무거워졌다. 이전에는 느끼지 못했던 망설임이 온몸을 휘감았다. 현우가 태어난 후로 모든 것이 달라졌다. 매번 칼을 휘두를 때마다 내 아들의 눈동자가 떠올랐다. 그 맑은 눈동자가 언젠가는 이 어둠에 물들게 될까 봐 두려웠다.

"늦었군."

차가운 목소리가 복도를 가로질렀다. 나는 깊게 숨을 들이마시며 회의실 문을 향해 걸었다. 이제 돌이킬 수 없는 선택의 순간이 다가오고 있었다.문을 열자 희미한 등불 아래 장로들이 둘러앉아 있었다. 그들의 얼굴은 그림자에 가려 보이지 않았지만, 나를 향한 날카로운 시선만은 느낄 수 있었다. 방 안의 공기는 무겁고 차가웠다.

"앉게."

가장 안쪽에 앉은 장로가 말했다. 그의 목소리에는 평소와는 다른 긴장감이 묻어있었다. 나는 천천히 자리에 앉았다. 테이블 위에는 낡은 두루마리 하나가 놓여있었다.

"이번 임무는 특별하네."

장로가 두루마리를 펼쳤다. 희미한 불빛 아래서 검은 먹으로 쓰여진 글자들이 보였다. 그리고 그 아래에는 한 장의 초상화가 있었다. 순간 내 심장이 멈추는 것 같았다.

"이 자를 처리하게."

초상화 속 얼굴은 다름 아닌 현우였다. 열다섯 살의 어린 얼굴이 나를 올려다보고 있었다. 나도 모르게 손끝이 떨렸다. 장로들의 시선이 나를 파고들었다.

"무슨 이유로..."

내 목소리가 흔들렸다. 장로는 천천히 고개를 들어 나를 바라보았다. 그의 눈빛에서 어떤 감정도 읽을 수 없었다.

"이유를 묻나?""그럴 필요는 없겠지."

내 목소리는 예상보다 차분했다. 십육 년간의 훈련이 그렇게 만들었을 것이다. 하지만 내 안에서는 무언가가 끓어오르고 있었다.

"현우는... 아직 어리지 않습니까?"

장로의 입가에 희미한 미소가 스쳤다. 그것은 미소라기보다 경멸에 가까웠다.

"윤검휘, 자네도 그 나이에 첫 임무를 수행했었지."

침묵이 방 안을 가득 채웠다. 촛불이 흔들리며 벽에 드리운 그림자들이 일그러졌다. 나는 천천히 두루마리를 집어들었다. 종이가 손끝에서 바스락거렸다.

"시간은 일주일이네."

다른 장로가 말을 이었다. 그의 목소리에는 어떤 시험하는 듯한 톤이 깃들어 있었다.

나는 고개를 숙였다. 그 순간 현우의 웃는 얼굴이 떠올랐다. 아침마다 훈련장으로 향하는 발걸음이 가벼웠던 아이. 검을 처음 잡았을 때 반짝이던 그 눈동자.

"알겠습니다."

말은 그렇게 했지만, 내 마음속에서는 이미 다른 결정이 서고 있었다. 장로들은 그것을 눈치챘을까. 그들의 날카로운 시선이 내 움직임 하나하나를 좇고 있었다.

Up next
도주 (1)
View Next Episode

도주 (1)

사랑한다 마교

+ 20

사랑한다 마교's Story Chat

Want to chat with 윤검휘?Chat with this story's characters — an AI conversation in their own voice.
message icon

More episodes

View More
사랑한다 마교top serial

사랑한다 마교

hodra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