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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isode 6

6.안좋은연탄재를...Bad coal briquette ash...

세상을그리다.

골목 냄새가 코끝을 찔렀다. 물감 대신 먼지와 흙, 오래된 연탄재 냄새가 섞여 있었다. 부스럭거리는 운동화 소리, 솜털처럼 흩날리는 나뭇잎, 멀리서 깨진 창문에 바람이 부딪히며 낡은 쇳소리를 냈다. 내가 선두에 서고, 학생들은 뒤따라오는 모양새였다. 화방에서 벗어난 게 얼마만인지, 익숙한 골목도 괜히 낯설게 느껴졌다.

나탈리아가 먼저 휴대폰을 들어 골목 벽에 희미하게 남은 소방 표시를 찍는다. 빨간 페인트는 해가 바래 거의 분홍빛에 가까웠다. "이거, 화방 앞에도 있죠? 옛날 표식… 소방관의 길!" 그녀가 서툰 한국말로 신나게 말했다. 학생들은 서로 셔터를 누르며, 멀뚱히 서 있는 나를 가볍게 둘러본다.

나는 손가락으로 벽화 쪽을 가리켰다. "옛날엔 저거마다 사연 하나씩 있었지. 누가 언제 그렸는진 아무도 모르고." 말을 하면서도 목이 조금 붓는다. 다 없어졌다고만 생각했는데, 이렇게 흔적이 남아 있을 줄이야.

벽 모퉁이에서 고양이 한 마리가 느릿하게 지나간다. 그 뒤를 따라가다 보면, 삭은 콘크리트 벽에 페인트가 갈라진 흔적, 시멘트 끝에 남은 손바닥 자국 같은 것들이 눈에 들어온다. 그중엔 불에 그을렸던 검은 자국도 있다. 학생 중 하나가 다가와 손가락으로 조심스레 그 부분을 짚는다.

"선생님, 이거… 혹시 그 화재 때 남은 거예요?" 수줍게 묻는 학생의 소리에 내 남은 손이 슬쩍 움찔했다. "그때… 불이 많이 났었지. 밤새 탄내가 마을을 덮고, 아침엔 마당마다 젖은 담요들이 메달렸고."

말을 멈춘 채, 나는 사진 찍는 아이들의 들뜬 모습을 바라본다. 나탈리아가 다가오더니, 내 옆에서 조용히 읊조린다. "이런 흔적들이… 제일 소중해요. 진짜 기억, 진짜 사람… 그래서, '기억의 불씨'죠."

잠시, 나의 그림들 속 장면이 떠오른다. 불길, 희미한 얼굴, 그리고 저마다 무사하길 바랐던 이름들. 손끝이 근질거리지만, 쉽게 말을 잇지 못한다.

우리가 다음 골목으로 들어설 때, 나뭇잎집회소 간판이 삐걱 하고 흔들렸다. 안쪽에서 누군가 창문을 열고 내다본다. 옆집 할머니, 흰 앞치마에 머리를 짧게 동여맨 모습이다. 그녀가 우리를 힐끔거리더니, 갑자기 문을 열고 나온다.

"에라, 재만씨 아니요? 요 앞 골목도 오랜만이네." 할머니 목소리에는 사투리와 미묘한 그리움이 섞여 있었다.

나탈리아가 눈을 반짝이며 나와 할머니를 번갈아 본다. "혹시… 예전에 이 동네에 큰 불 났었다는 이야기, 맞나요?" 그녀의 어설픈 발음에 할머니가 피식 웃으신다.

"에이고, 옛날 얘기도 다 퍼트리고 다니네. 그땐 무서웠지. 온 동네 사람들이 북적북적 모여 울고불고, 재만씨가… 그때 사람 살렸잖유." 할머니가 멋쩍게 나를 바라본다. 나는 입술을 꾹 깨물고 있다.

학생들 사이에 웅성거림이 일어난다. "진짜였어요? 기사도 남아 있었대요!" 한 학생이 휴대폰을 들이밀며 낡은 기사 사진을 내민다. 나는 괜히 손등을 문지른다. 낡은 피부에 남은 흉터, 햇볕에 바래 다시 시큰한 그 기억.

"영웅이란 소린 그만해라. 나는 그저 일한 것뿐이여." 내 목소리가 예상보다 단호하게 나온다. 학생 한 명이 조심스럽게 묻는다. "그럼, 그때 그림… 직접 보신 거예요?"

나는 대답 대신 휘청거리며 옆 벽에 남은 달라붙은 포스터 쪽을 바라봤다. 몇 년째 비에 젖어 흘러내린 종이 조각, 거기에 희미하게 보이는 숫자와 문장. 누구도 신경 쓰지 않는 기록들. 나탈리아가 숨을 길게 들이쉬며 손을 뻗는다.

"이것들도 프로젝트에 넣고 싶어요. 여기는… 사람들이 잊어버린 곳 같지만, 선생님이 남긴 이야기로 가득해요."

다른 학생도 동의하며 메모를 남긴다. 빛바랜 창문, 녹슨 우체통, 접힌 벤치까지. 골목의 모든 존재가 이름을 불리는 순간 살아나는 기분이 들었다. 나는 담배를 찾는 시늉만 하고, 말없이 주변을 한 번 더 둘러본다.

누군가 조용히 내 곁에 선다. 햇볕이 기울고, 학생들 속말이 바람에 섞여 멀어진다. 이 익숙한 골목의 색과 소리, 그 안에 묻힌 내 과거—이제는 누군가의 프로젝트가 되어, 다시 꺼내질 준비를 하는 것 같다.

"자, 다음은 어디 갈까요?" 나탈리아가 환하게 웃으며 외쳤고, 나는 무심하게 길을 앞장서 걸었다. 어디든, 오늘만큼은 숨지 않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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